부하 직원의 비리를 밝혀내 상부에 보고하고 감사를 요청한 공무원에게 관리책임을 물어 징계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행정2부(재판장 임성철)는 경기도북부축산위생연구소 ㅅ아무개 지소장이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ㅅ 지소장은 부임한 지 11개월여 만인 지난해 1월 한 부하직원으로부터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지출 경비를 처리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고, 계좌 입출금 내역을 조회해 공금 횡령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한 뒤 상부에 보고하고 회계 감사를 요청했다.
이에 경기도는 같은 달 10일부터 24일까지 조사를 거쳐, 해당 직원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4차례에 걸쳐 공금 6400여만원을 횡령하거나 유용한 사실을 밝혀내 경기도 인사위원회에 해당 직원을 중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도는 이어 ㅅ 지소장과 이런 사실을 보고했던 직원에 대해서도 관리책임을 물어 경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도 인사위는 비위를 저지른 직원은 해임, ㅅ 지소장과 이를 보고한 직원에 대해선 각각 감봉 1월을 의결했다. ㅅ지소장은 소청심사를 냈고, 심사가 기각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처분은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어 “원고가 징계처분을 받게 된다면, 극단적으로는 부하직원의 비위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이를 감추고 상부에 들키지 않도록 조치해 징계시효를 경과하도록 두는 것이 낫다는 나쁜 인식을 남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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