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님을 받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는 택시들. 한겨레 자료사진
군, 마을 28곳 하루 3번 택시운행
무료버스는 9월부터 실시하기로
무료버스는 9월부터 실시하기로
“읍내 한번 나가려면 하루 다 잡아먹었는데 이젠 후딱 다녀오니까 너무 좋아. 돈도 안 들고, 힘도 안 들고….”
충북 영동군 주민들은 요즘 대중교통 개혁 덕에 읍내나 면 소재지를 제 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버스가 닿지 않아 오지로 꼽혔던 마을 주민들이 100원이나 버스요금인 1300원만 내면 택시를 타고 읍내, 면 소재지까지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동지역 읍·면 11곳 가운데 버스가 닿지 않는 마을 28곳에서 이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용산면 백자전리·율리, 추풍령면 은편리 등 21곳은 면 소재지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데 100원을 내고 있으며, 영동읍과 비교적 가까운 용산면 시금리, 영동읍 오정·상가리 등은 버스요금만 내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택시를 승용차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달 제정한 ‘영동군 농어촌버스 미운행지역 무지개택시 운행에 관한 조례’ 때문이다. 마을별로 하루 3차례, 1주일에 3일 무지개택시가 운행된다. 주민이 내는 기본요금(100원, 1300원) 외의 추가요금은 군(70%)과 도(30%)가 부담한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김순자(52) 심천면 하고당리 이장은 “무지개택시가 운행되기 전까지는 짐을 이고 지고 든 채 걷거나 네바퀴 스쿠터 등을 이용해 1㎞ 남짓 떨어진 버스정류장까지 오가느라 힘들었다. 이젠 집 코앞까지 시간 맞춰 택시가 오가니 너무 편리하다”고 말했다.
영동군은 9월부터는 70살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버스도 운행할 참이다. 영동에 주민등록을 둔 70살 이상 노인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무료로 농어촌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20일 영동군의회에서 ‘영동군 70살 이상 어르신 농어촌버스 무료이용 지원 조례’가 통과됐고, 이미 예산 3억5천만원도 편성해놓은 상태다. 군은 70살 이상 노인에게 무료 교통카드를 지급한 뒤 이들이 이용하는 것만큼 버스회사에 비용을 보전해줄 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영동군의 70살 이상 노인은 1만142명으로 군 전체 인구(5만803명)의 20%에 이른다. 조규근(62) 용산면 시금리 이장은 “버스가 대중교통의 거의 전부인 농촌 현실을 고려하면 무료버스는 혁명에 가깝다. 무지개택시에 이어 무료버스 정책까지 도입하면서 어르신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군은 100원·1300원 택시와 무료버스가 복지를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박세복 영동군수는 “교통복지 향상은 물론 어르신들이 읍내 시장·병의원·약국 등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돼 경제도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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