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구청장들, 합의문 발표
조정교부율 21%에서 22.78%로 인상
구별 119억 늘어나…예산 운용 숨통
자치구 부담 사업 사전에 영향 평가
중앙정부에도 분권 약속 실천 촉구
조정교부율 21%에서 22.78%로 인상
구별 119억 늘어나…예산 운용 숨통
자치구 부담 사업 사전에 영향 평가
중앙정부에도 분권 약속 실천 촉구
서울시가 시내 25개 자치구에 주는 조정교부금을 늘리고 일부 심의 권한도 자치구로 넘기기로 했다. 시는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했다며 중앙정부에도 자치분권을 위한 실천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조정교부율 1.78%포인트 인상
박원순 서울시장은 21일 오전 11시 시청 브리핑룸에서 시내 구청장들과 함께 ‘자치분권 실천을 위한 약속’ 합의문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우선 시가 자치구에 배분하는 예산인 조정교부금의 교부율을 인상해 현행 21%에서 22.78%로 인상하기로 했다. 조정교부금 교부율이란 서울시가 거둔 보통세(취득세·레저세·담배소비세·지방소비세·자동차세·주민세·지방소득세) 세입의 일정 비율을 뜻한다.
조정교부율이 인상되면 현행 2조1568억원에서 2862억원의 조정교부금이 추가로 지급돼 자치구별로 평균 119억원을 더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97.1% 수준인 자치구의 기준재정수요충족도(지자체가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 등 기본경비를 충족시키는 정도)가 100%까지로 올라가게 된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이 조처로 예산 부족에 허덕이던 서울시내 자치구들의 재정난은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저희는 올해 105억원의 예산이 부족해 10~12월 석달치의 기초연금 예산을 배정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 100억원 정도 더 들어오면 올해처럼 기초연금이나 보육료를 편성하지 못하는 등의 사태는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또 시 정책이나 사업이 자치구에 행정·재정적 부담을 주지 않도록 사업 시행 전에 검토하는 ‘자치영향평가제도’를 전국 최초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시가 자체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 대상지가 있는 자치구에 일정 비율의 예산을 부담하도록 해 자치구에 부담을 주는 시-자치구 매칭사업 등이 평가 대상이 된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함께 꾸린 자치영향평가협의회는 이 과정을 통해 사업 시행 방향을 조정할 수 있다.
공원 지하 공영주차장 건립과 가로수 바꿔심기에 대한 자치구의 심의 권한을 늘리고, 중앙차로 버스정류장 흡연 단속권도 자치구에 위임하기로 했다.
■ “진짜 자치 만들겠다”
지방분권을 위해 서울시가 나선 것은 서울시가 중앙정부에 꾸준히 요구해온 자치분권의 문제가 시와 자치구 사이의 관계 속에도 마찬가지로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중앙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에 따른 재정부담을 지방에 떠넘기며 지방정부는 최소한의 안전관리 예산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더 이상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서울 자치구들에 대한 재정 지원을 서울시부터 먼저 펼쳐나가자고 결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 시장의 지적처럼 국세가 나라 전체 세입의 80%인데도 중앙정부가 대통령 공약사업이나 보편적 복지사업을 지방정부에 부담을 떠넘겨 결국 국가 전체 세입의 20%만 거두는 지방정부가 국가 전체 지출액의 60%를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가 지역 실정에 맞는 자율적인 사업을 벌이기는커녕 재정난만 가중되고 있다는 게 서울시 등 자치단체들의 주장이다.
서울시 처지에서는 기득권을 버려가며 사상 초유의 통 큰 양보를 한 셈이지만, 일부 자치구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서울시의 행보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인 강남·서초·송파구청장은 이날까지 서울시와의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 특히 강남구는 보도자료를 내어 “동참할 의사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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