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 등이 내려다보이는 관악산에서 시민들이 등산하고 있다. 서울은 세계의 다른 대도시와 달리 도심 어디에서든 산에 오를 수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20년 도시계획시설 실효 시점을 앞두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심 속 산에 대해 도시계획시설의 하나인 도시자연공원에서 실효되기에 앞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새로 지정하는 ‘강수’를 둬왔다. 하지만 각종 부작용이 드러나고 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고민에 빠져 있다.
도시자연공원서 해제된 땅
공공이 보상해줄 의무 없는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
세감면 사라져 땅주인들 반발
서울시도 연 1250억씩 쏟지만
매입대상지 11조5천억어치 남아
정부지원 전무…사후관리도 부담
지자체는 도시 속 식생이 양호한 산지에 대해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개발을 막는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된 토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나 도시계획시설 중 하나인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됐을 때보다도 더 강한 규제를 받는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취지 자체가 산림 보호와 공원 이용에 있기 때문에 개발제한구역에서처럼 집을 짓거나 경작을 하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또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면 공공이 보상을 하게 되어 있는 반면,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아예 보상을 해줄 의무도 없다.
서울시를 제외한 많은 지자체들은 2020년 도시계획시설 실효를 앞두고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을 추진해왔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도시자연공원에서 해제된 토지를 다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한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는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통계연감과 각 지자체를 통해 전국 16개 시·도 도시자연공원과 도시자연공원구역의 숫자와 면적을 모두 합산해 연도별 비교를 해봤다. 그 결과 2005~2013년 사이에 도시자연공원은 66만603㎡(439곳)에서 21만1785㎡(145곳)로 면적 기준으로 44만여㎡ 감소한 반면, 도시자연공원구역은 0㎡에서 27만3912㎡(169곳)로 대폭 늘어났다. 도시자연공원의 상당 부분을 그대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바꿔 지정해온 것이다.
지자체의 이런 움직임은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2005년 당시 제정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은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도입하면서 2009년 말까지 지자체가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아도 도시자연공원이 자동으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전환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 조항은 2009년에 폐지됐지만, 지자체들은 정부 정책방향이라는 명분 아래 지속적으로 도시자연공원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전환해왔다.
하지만 이런 정책의 이면엔 부작용이 많았다. 일단 세금 문제가 불거졌다. 도시자연공원으로 있을 때는 토지사용에 제한을 받는 대가로 토지주가 재산세 50% 감면 혜택을 받지만,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 이 감면 혜택이 사라진다. 감면율은 50%지만 실제 부과된 세금이 이전보다 4배로 늘어나는 경우까지 생기면서 땅주인의 불만이 커졌다.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와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법인 강산의 김은유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재산권 침해라는 이유로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하라고 했는데, 더 강력한 다른 규제를 덧씌운다면 헌재 결정의 취지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토지주 쪽 입장을 전했다.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태다. 특히 땅값이 비싼 서울시는 2002년부터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중 공원(도시자연공원, 근린공원) 매입에 연평균 125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1조6200억원을 썼지만, 여전히 11조5천억원어치의 매입 대상지가 남아 있는 상태다. 현실적으로 사유지를 모두 매입해 공공을 위한 공간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산을 매입할 때는 도심부와 접한 부분과 중요한 길목을 중심으로 매입해 개발 압력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을 세우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서울시는 서울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일단 현황을 파악한 뒤 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의 경우 전체 미집행 도시자연공원 등을 매입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33조원이다. 경기도 재정 형편으로는 매입이 불가능한 규모다. 더욱이 경기도는 서울과 같은 도시와 또 다른 사정이 있다. 특별시나 광역시는 도시 관리를 위한 광역행정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도시로서 인정을 받지 못한 ‘도’는 그렇지 못하다. 경기도는 31개 시·군이 각각 관리하고 있는 도시공원 이슈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 경기도는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양주 경기연구원 경영기획본부장은 “아파트 등 주거지가 많은 경기도야말로 도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한 곳임에도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앙정부마저도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아 경기도는 기초자치단체에서만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본부장은 “도시공원 업무가 ‘자치사무’로 되어 있어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문제 해결에 중앙정부의 지원은 전혀 없다. 국가가 처음 지정했고 도시에서 중요한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국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경기도가 미집행 도시공원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전부 쏟아붓는다고 해도, 이후에 또 다른 문제가 버티고 있다. 공원이 모두 지자체 소유가 되면서 관리 책임도 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관리비가 매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여주보와 이포보가 있는 남한강 주변에 많은 공원을 조성해 여주시에 주려고 했지만, 여주시는 막대한 관리비 부담 때문에 받지 않으려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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