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명 참여 5박6일 제주도 돌아
오키나와 주민도 휠체어 타고 행진
“강정 주민들 용기에 고개 숙여져”
1일 강정서 인간띠잇기·문화제 예정
오키나와 주민도 휠체어 타고 행진
“강정 주민들 용기에 고개 숙여져”
1일 강정서 인간띠잇기·문화제 예정
도로에서 내뿜는 열기가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 초등학생들의 얼굴에도, 외국인들의 옷에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칙칙한(습한 기후를 뜻하는 제주어) 날씨에 짜증이 날 법한데도 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흘렀다. 지난 27일 5박6일 일정으로 시작된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다. 이날 제주시청을 출발한 참가자들은 동진(제주시~성산포~강정)과 서진(제주시~대정~강정)으로 나눠 걷다가 다음달 1일 강정마을에서 다시 만난다.
올해로 6번째 맞는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은 ‘생명의 강정! 함께 살자, 모두의 평화’를 주제로 열렸다. 강정마을회, 강정친구들,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등이 공동주관한다. 500여명이 모였다.
27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고체육관에서 하룻밤을 보낸 동진팀은 28일 오전 조천읍 북촌리 마을에서 짧은 휴식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한테서 북촌리의 4·3 이야기를 듣고 묵념했다. 이 마을에서는 4·3 당시 400여명이 학살됐다. 부산에서 엄마·형과 함께 온 유힘찬(11)군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걷는 것이 재미있다”며 뻘뻘 땀을 흘리면서 아이스크림을 깨물었다. 2회째부터 참가하고 있는 홍 대표는 “외국 참가자와 다른 지역 참가자들이 많이 늘었다. 해군기지 반대투쟁의 폭이 넓어지면서 평화운동으로 발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키나와 평화시민연락회 도미야마 마사히로(60)는 휠체어를 타고 대행진에 참가했다. 그는 “5년 전부터 강정마을과 연대해 교류하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과 함께 참가한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다. 오키나와에서는 경찰과 충돌이 잦아 가족과 함께 참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본인 참가자는 “오랜 세월 동안 투쟁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용기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고 했다.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은 “이번 행사에는 외국에서 다양한 인사들이 참가했다. 공통된 특징은 이들이 군사주의로 아픔을 겪은 지역 출신이란 것이다. 해군기지사업을 안보사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국가와 군, 국민이 삼위일체가 돼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쓰러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달 1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부근에서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위한 평화 인간띠 잇기 행사와 ‘강정 해군기지건설 반대투쟁 3천일 범국민문화제’를 할 예정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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