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요구 수용…제2의 파크뷰 사건 재연?
경기도 성남시가, 분당 새도시 조성 당시 두산그룹이 헐값에 사들인 병원 터를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업무용지로 바꿔주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시는 그동안 ‘대기업 특혜는 없다’며 해당 부지 용도변경을 강하게 막았으나, 갑자기 이를 번복했다.
29일 성남시 등의 말을 종합하면, 1991년 분당 새도시 건설 당시 한국토지공사로부터 분당구 정자동 161번지 9936㎡의 터를 사들인 두산은 1994년 11월17일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병원 신축 허가를 받아 이듬해 9월 착공했다. 의료시설 부지는 공익시설로 분류돼 주변 시세보다 싼값에 공급됐는데, 두산은 당시 ㎡당 73만여원(전체 72억원)을 주고 이 땅을 샀다. 그러나 두산은 ‘분당 지역에 병원시설이 과잉 공급됐다’며 1997년 12월께 지하 2층 골조공사만 끝낸 채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이 땅은 올해 1월 공시지가로만 따져도 694억여원(㎡당 699만원·평당 2300만원)에 이르는 등 두산이 사들일 당시보다 10배 가까이로 올랐다.
이처럼 땅값이 오르자 두산은 ‘이 터의 용도를 병원에서 업무용지로 바꿔주면 계열사 등을 입주시켜 성남시 재정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수차례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시는 지난 2002년 이 터 바로 옆의 업무·상업용 터인 백궁·정자지구에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도록 용도변경을 해줘 특정 기업에 막대한 이윤을 남겨준 이른바 ‘파크뷰 사건’ 등을 들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는 당시 두산 쪽 요구대로 용도변경이 끝나면 공시지가는 ㎡당 1200만원을 훌쩍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달았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결과 성남시와 두산그룹은 30일 오후 2시 ‘(분당구 정자동)두산그룹 게열사 이전·신축을 위한 성남시-두산건설㈜ 상호협력 협약체결식(이른바 MOU)’을 할 예정이다. 대기업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 목적대로 공익에 맞는 병원을 지어야 한다는 성남시의 애초 방침이 뒤바뀐 것이다.
성남시가 두산의 요구대로 용도변경을 하게 될 경우 현재 250% 안팎인 용적률(건축물 연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이 600% 이상으로 늘어나 두산은 수천억원의 차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제2의 파크뷰 특혜’라고 비판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성남시 관계자는 “용도변경이 될 경우 두산은 상당한 이득을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은 맞다. 그러나 20년 넘게 노는 땅을 그대로 두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 터의 일부를 공공목적으로 기부받고 용도변경을 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양해각서를 교환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성남시는 두산건설에 ‘불법 건축물을 수년 동안 방치했다’며 지난해 9월29일 21억6872만7000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렸다. 2010년 12월15일 ‘장기간 공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건축법 11조)로 병원 신축 허가 취소 및 원상복구 명령을 따르지 않은데 따른 행정벌이다. 당시 공사를 중단해 허가 취소된 단일 건축물을 불법으로 보고 이같은 거액의 이행강제금이 부과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시는 관계자는 “대기업 불법을 저지르며 시간끌기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있는 점, 불법 건축물을 10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최고 액수의 이행강제금을 물렸다”고 말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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