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26일 이후 8년3개월
“생명평화마을 거듭날 방안 모색”
“생명평화마을 거듭날 방안 모색”
지난 2007년 4월26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 1200여명 가운데 87명만이 참석한 임시 마을총회에서 만장일치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됐다. 이후 3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운동이 3000일을 맞았다.
제주에서 물과 쌀이 가장 좋아 ‘일강정’(제일강정)이라고 불렸던 강정마을 주민들은 8년 넘게 ‘국가안보사업’을 내세운 국가권력에 맞서 ‘마을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보수세력과 일부 언론들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과 활동가, 단체를 ‘종북세력’,‘전문시위꾼’이라고 줄곧 깍아내리고 있다. 애초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으로 시작된 강정마을 주민들의 싸움은 최근 생명평화마을 만들기로 진화하고 있다.
■ 해군기지 연말 완공 예정 2009년 1월 국방부가 군사시설사업 승인을 한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해군은 예정대로 올해 말 제주해군기지를 완공할 예정이다. 기지 내 해군 지휘부가 사용할 본부 건물과 독신자 숙소 등의 골조 공사도 대부분 끝났다. 현재 공정률이 87%다. 기지가 완공되면 함정 20여척과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계류가 가능하게 된다.
■ 배상금 273억도 내라고?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진행될수록 주민과 단체들의 반발도 거셌다. 반대운동의 결과 2008년 이후 지금까지 700여명의 주민과 활동가들이 연행돼, 589명이 기소되고, 38명이 구속됐다. 벌금은 4억원이 넘는다.
최근에는 해군 쪽이 공사지연 때문에 시공업체에 지급할 273억원의 배상금을 예산으로 먼저 주고 반대단체와 주민, 활동가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구상권 청구는 마을공동체를 철저히 파괴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강정마을회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전국대책회의 등은 3일 공동성명을 내고 “3000일 동안 사과나 갈등 해결에 관심이 없던 정부가 강정마을 공동체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 색깔론을 제기하는 것도 모자라 ‘돈’을 무기로 주민들과 반대운동을 겁박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의 구상권 추진은 공사 지연 책임을 죄없는 주민들에게 덮어씌우겠다는 행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실제 공사가 지연된 주된 이유는 해군과 시공사의 불법, 탈법 공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강정을 생명평화마을로 최근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넘어 생명평화마을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도 나온다. 강정마을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주민들이 2009년부터 해마다 여름에 열고 있는 대행진은 평화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1일 끝난 강정생명평화대행진 단장을 맡은 홍기룡 제주평화인권센터소장은 “대행진이 국민 모두가 참여하고픈 평화의 축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는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되더라도 강정마을은 우리나라를 넘어서 동북아 평화의 상징으로 남아야 한다. 해군기지는 강정주민들이나 도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 주교도 해마다 대행진에 참가하고 있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의 오랜 투쟁은 외롭지만은 않았다. 전국적, 국제적으로 뜻있는 활동가와 지식인들의 연대가 있었다. 반대대책위 차원에서는 해군기지운영에 따른 주민불편 해소 대책을 마련해나가는 한편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해 강정마을이 생명평화마을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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