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의 버스 안내 도우미 이양자씨가 4일 오전 영동군 영동읍 영동시장 앞 버스 승강장에서 한 어르신의 하차를 돕고 있다. 영동군청 제공
영동·옥천 등서 ‘안내 어르신’ 활동
“남을 도울 수 있어서 보람 느껴요”
“남을 도울 수 있어서 보람 느껴요”
“더 타실 분 없으면 출발합니다. 오라이~”
1960~1980년대 버스 승객의 승하차를 돕던 ‘버스 안내양’이 속속 부활하고 있다. 당시엔 20대 안팎의 여성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50~60대로 ‘안내 어르신’에 가깝다.
4일 오전 충북 영동군 영동읍 영동시장 앞 버스 승강장에 버스가 멈추자 파란 셔츠를 입은 이양자(55)씨가 노인들의 승하차를 도왔다. 이씨는 지난달 1일부터 영동군이 도입한 ‘버스 안내 도우미’ 4명 가운데 1명이다. 이씨 등은 날마다 영동역, 영동시장 앞 등 시내 주요 승강장에서 노인·장애인·임산부 등 ‘교통약자’들의 승하차를 돕고 있다. 이들은 외지 관광객 등에게 길 안내를 하는 등 지역 홍보 도우미 역할도 하면서 인기다. 버스 승객 이아무개(70)씨는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에 오르내리기 힘들었는데 도우미들 때문에 시장 등 읍내 오가는 게 수월해졌다.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웃 옥천군은 2013년부터 ‘버스 탑승 도우미’란 이름으로 60대 안팎의 ‘안내 어르신’ 12명이 활동하고 있다. 주황색 조끼를 입어 ‘주황색 도우미’로도 불리는 이들은 옥천 장날(5·10일)마다 옥천지역 11개 노선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노인 등을 돕고 있다. 3년째 도우미 일을 하고 있는 박정석(61)씨는 “이제 먼저 말을 건네고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남을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군이 2006년 2월 부활한 버스 차장(안내양)이 지역 명물로 자리잡자 이웃 충남 당진시도 지난 3월 안내양 제도를 재도입했다. 이들은 40대 안팎으로 ‘안내 아줌마’에 가깝다. 임현기 태안군 교통행정팀 주무관은 “노인·장애인들을 도우려고 복지 차원에서 버스 차장제를 도입했는데 지금은 지역 대표 스타가 됐다. 이들이 활동하는 노선과 시간을 사전 문의해 따로 이용하는 시민·관광객이 늘고 있으며, 이들 차장들은 사인·사진 촬영 공세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영동군청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