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해된 인권을 회복하는 일만큼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홍세현(55·사진) 광주광역시 인권옴부즈맨은 9일 임용 한 달을 맞아 활동의 방향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지난달 8일 임기 2년의 상근 인권옴부즈맨으로 발령을 받았다. 광주시민이 당한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신고받아 조사하고 구제하는 자리다. 서울을 뺀 다른 시·도에는 없는 직제로, 본인의 의사에 반해 면직되지 않는 등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광주시 인권옴부즈맨은 장애·노동·여성 등 분야별로 7명으로 구성된다. 홍씨가 상근하며 업무를 총괄하고, 다른 6명이 비상근으로 협력한다. 5~8급 시 공무원 3명이 활동을 지원한다. 옴부즈맨은 시민이나 단체의 진정을 받아 조사한 뒤 해당기관에 시정을 권고한다. 대상기관은 통보받은 지 2주일 안에 ‘조처 계획’을, 2개월 안에 실제 ‘조처 결과’를 광주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옴부즈맨 회의에서 보호시설·기관에서 생활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관심을 갖겠다고 보고했다. 이어 사회복지협회, 사회복지사협회 등 관련 조직을 찾아가 말씀을 들었다.”
그는 장애인·질환자·노약자 등 다수인보호시설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예방활동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인권도시를 표방한 광주가 ‘도가니 사건’의 무대였다는 사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전체 진정의 20%를 차지하는 다중보호시설에서부터 의식을 바꿔나가는 게 순서라고 판단했다.
“광주시민은 1980년 5월 최고의 인권인 생명권을 박탈당한 경험이 있다. 국가와 관련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다. 하지만 시민과 시민 사이의 인권의식은 다른 도시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이 부분에 주목하려 한다.”
그는 사회적 약자 뿐 아니라 공직자와 통·반장을 자주 만나겠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살기 좋은 도시라해도 항상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약자한테는 당신을 도와줄 사람이 가까이 있다고 알려주고,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강자한테는 경각심을 심어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2004년부터 6년 동안 국가인권위에서 조사기획담당관과 침해구제팀장, 신분나이차별팀장으로 일했다. 또 2011년 5월 5·18자료를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지난 5월 광주시 금남로 3가 옛 광주가톨릭센터 건물에 5·18기록관을 여는 데 열정을 바쳤다. 87년에는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서슬퍼런 군부독재에 맞서 ‘5·18사진전’을 뚝심있게 지켜내는 등 5월운동에 앞장서왔다.
광주/안관옥기자
okahn@hani.co.kr 사진 광주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