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평가 불이익 받을까 우려
42%가 새는데 15%로 허위조작
보수용 국비 확보 어렵자 ‘고백’
42%가 새는데 15%로 허위조작
보수용 국비 확보 어렵자 ‘고백’
제주도 수자원본부가 상수도 유수율 통계를 수년 동안 부풀려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성택 제주도 수자원본부장은 지난 11일 제주도청 기자실을 찾아와 “수자원본부가 그동안 유수율 통계를 솔직하게 발표하지 못한 잘못을 저질렀다. 도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수율은 전체 수돗물 생산량에서 요금으로 부과되는 수량(유수량)의 비율을 말한다.
제주도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해마다 유수율이 76.7%라고 발표했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76.9%로 향상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도가 광역상수도 1, 2단계 사업을 마무리한 2009년 초 유수율을 측정한 결과 76.7%가 아닌 44.0%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연간 제주도 내 상수도 생산량 1억4395만t 가운데 요금을 부과하는 유수량은 6333만t에 지나지 않음을 의미한다. 누수율도 14.8%라고 발표했으나 실제는 42.1%(6061만1000t)가 상수도관 밖으로 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1년 환경부와 제주도가 공동조사를 했을 때도 유수율은 44.0%로 나타났다.
하지만 도는 이런 사실을 알게 된 2009년 이후 단 한차례도 사실대로 밝히지 않은 채 거짓 통계를 계속해서 발표해왔다.
홍 본부장은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 4개 시·군 때는 유수율이 높아야 국비 지원을 잘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해마다 조금씩 유수율을 높여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오래전부터 통계가 잘못됐고 나중에 그것을 알았지만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통계를 조작하며 진실을 숨겨왔다”고 털어놨다. 또 홍 본부장은 “유수율을 높이기 위해 국비를 확보해야 하는데 다른 지역과 형평성 논리를 앞세운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국비 확보가 어렵다. 더 이상 발표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사실을 밝히게 됐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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