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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제주, 4·3 상처 딛고 ‘평화의 섬’ 으로

등록 2005-01-27 22:31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하는 선언문에 서명을 한 뒤 김태환 제주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하는 선언문에 서명을 한 뒤 김태환 제주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대통령 선언문 서명
국제기구·행사 등 유치
“사업내용 다양화 필요”

고통과 항쟁의 땅, 제주도가 평화의 섬으로 거듭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정부관계자 및 제주 출신 국회의원, 제주도민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강동석 건교부장관이 제출한 ‘제주 세계 평화의 섬’ 지정 선언문에 서명했다. 국가 차원에서 자치단체를 평화도시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평화의 섬 지정 의의와 앞으로의 실천사업을 살펴본다.

지정 배경=제주도와 학계는 지난 91년 한-소 정상회담 이후 주요국 정상들이 잇따라 제주도를 방문해 회담을 열고, 남북 국방장관급 회담 등을 들어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논의를 벌여왔다.

그러나 평화의 섬 지정 배경은 제주도의 역사적 배경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고려시대 삼별초의 항쟁으로 몽골의 지배를 경험한 제주도는 조선시대들어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탐관오리들의 횡포로 민란과 항쟁이 자주 일어났고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이 자국 방어를 위해 최후의 저항거점으로 지정해 6만여명 이상의 대병력을 주둔시켜 요새화하는 등 숱한 고통을 겪었던 곳이다.

특히 냉전 초기 국제정치질서 하에서 일어난 한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4·3항쟁으로 2만5천~3만여명이 학살되거나 희생된 아픈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정부의 ‘평화의 섬’ 지정은 의의가 크다.

이 때문에 이번 선언은 4·3사건과 관련해 노 대통령이 지난 2003년 10월 정부의 과잉진압을 도민들에게 공식사과한데 이은 평화사업의 실천으로 미래지향적 제주도의 평화선언인 셈이다.

추진 사업=김태환 제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제주 세계평화의 섬 공식 지정에 따라 각종 관련사업을 착실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는 이에 따라 앞으로 △국제기구 설립 및 유치△4·3진상보고서 국사교과서 활용 및 평화교육 지원 △감귤보내기운동 △민족평화축전 개최 △동북아평화협력체 창설 추진 △동북아평화연구소 설립 △4·3평화공원 조성 및 국가추모일 지정 사업 등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도는 또 평화 시민운동과 제주평화포럼 등 평화관련사업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점=제주도가 평화의 섬 지정을 받기 위해 그동안 노력을 기울인 것은 정부차원의 각종 행·재정적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다. 도가 밝힌 17개 사업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관련사업이 한계에 이를 우려도 있다.

실제 4·3사건 관련 5개 사업은 도와 국회의원, 관련단체 등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며, 감귤보내기운동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평화관련 시민단체를 통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제주대 고호성 교수(법학)는 “평화의 섬 지정이 선언적 의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사업내용을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며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상을 살려 국제평화의 교류와 협력의 장으로 기능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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