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곶자왈’이 세상에 제 가치를 드러낸 지는 10년이 조금 넘는다. 사람들은 수풀과 돌이 얽히고설킨 제주의 원시림을 ‘곶자왈’이라고 불러왔다. 이 곶자왈을 온전히 드러내고, 그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데 앞장서온 김효철(사진)·송시태·김대신씨 등 3명이 <바람과 돌이 빚은 숲-제주, 곶자왈>(도서출판 숲의 틈)을 펴냈다.
지역 일간지 기자로 있던 2003년 처음으로 곶자왈 탐사보도를 했던 김씨는 2005년 창립된 ‘곶자왈사람들’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고, 지질 자문을 했던 송 박사는 이 단체의 전 상임대표이며, 식물전문가인 김대신씨는 창립 때부터 곶자왈의 식물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책은 곶자왈의 생성기원과 지질, 동식물, 생활사 등을 망라하고 있어 곶자왈 교과서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1장은 곶자왈의 정의와 용암류의 특성 등 전반적인 곶자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고, 2장에서는 생태환경과 그 속에 공존하는 다양한 동식물, 그리고 이들이 이룬 생태계를 다뤘다. 이어 3장에서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곶자왈을 조명해 선사시대부터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의 곶자왈 이야기와 4·3사건 당시 제주 사람들이 삶과 죽음을 묻은 이야기를 다뤘다. 4, 5장엔 곶자왈의 가치가 뛰어난 곳을 조명하고,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갈등과 생태환경이 보전되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한 고민을 담았다.
저자들은 “곶자왈을 만나 쫓아다닌 지 1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그러나 곶자왈이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짓밟히는 모습을 바라볼 뿐이라 마음은 더욱 무겁다. 이런 곶자왈의 보전과 이용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도 책을 쓰게 된 이유다. 책 판매 수익금은 모두 곶자왈 보전을 위한 국민신탁기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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