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9시40분께 기흥구 공세동의 한 아파트 앞 수풀이 우거진 도로변 땅에 반쯤 묻힌 포대에 담겨 있던 흰색 수컷 말티즈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구조됐다. 사진은 구조 당시 모습. 연합뉴스(용인 유기동물보호소 제공)
‘유기견 돌아다닌다’ 신고 받고 구조하려다 교통사고
“죽은 줄 알고 묻어줬다”…경찰 “고의성 없어 불입건”
“죽은 줄 알고 묻어줬다”…경찰 “고의성 없어 불입건”
최근 인터넷을 달궜던 경기도 용인시 ‘반려견 생매장 사건’의 장본인은 유기견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소방 구급대원들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소방대원들이 ‘유기견이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강아지 1마리가 차에 치이자 죽은 것으로 판단해, 포대에 넣어 땅에 묻었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19일 용인동부경찰서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3일 오후 4시께 수원시에 사는 한 시민(45)은 부인이 5박6일 일정으로 친정에 가자 집안 대청소를 하기 위해 집에서 키우던 말티즈 2마리를 용인 기흥구에 사는 지인에게 맡겼다.
그러나 개주인의 지인의 집 근처 비닐하우스 주변에 묶여 있던 말티즈 2마리는 줄을 풀고 주변 도로를 돌아다녔고, 3일 오후 9시50분께 한 주민은 “유기견들이 줄이 풀린 채 길에 돌아다니고 있다”고 119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 3명은 말티즈 강아지를 구조하려고 했지만, 1마리가 차도로 뛰어들었다가 차에 치였고, 다른 1마리는 산으로 도망갔다.
소방대원 3명은 차에 치인 강아지가 몸이 뻣뻣해지고 숨을 쉬지 않자 죽었다고 판단해, 포대에 강아지를 넣고 도로변 수풀에 묻어줬다. 그러나 매장된 강아지는 다음날 오전 9시40분께 신음하다가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고, 경찰은 ‘동물학대’ 사건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이어 개주인은 같은날 친정에서 집으로 돌아온 부인이 “강아지를 찾아오라”고 하자 이틀 뒤인 6일 지인에게 가서 비닐하우스 근처로 돌아와 있던 말티즈 1마리만 데려왔다. 경찰은 애초 이 주인을 동물을 유기한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했었다.
경찰은 이후 현장 근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분석해 소방차량이 왔다간 사실을 확인하고 용인소방서에 확인해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소방대원들은 “목줄이 일부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아 유기견이 아닌 애완견인 것 같아서 ‘잘 예우해 주자’는 생각에서 묻어줬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출동했던 소방대원 3명이 강아지가 죽은 것으로 판단해 매장한 것은 동물학대에 대한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불입건하기로 했다.
용인/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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