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는 대구와 경북지역민들이 출연해서 만든 학교입니다. 대구시민대학이나 경북도립대학으로 만들어 올바른 인재들이 등록금 부담없이 맘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영남대학교의 전신인 대구대학 설립자 최준(1970년 작고) 선생의 손자인 최염(82)씨는 19일 오후 3시 경북대 교수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남대는 누구의 것인가?’란 토론회에서 “영남대 전신인 대구대를 당시 박정희 정권에 강탈당했다. 지금이라도 지역주민들에게 대학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1947년 당시 장서를 기증한 최준 할아버지를 포함해 가장 많은 전답과 땅을 내놓은 정해붕 초대 이사장 등 많은 독지가들이 기부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박정희 정권은 3년후에 설립된 청구대학과 대구대학을 강제로 탈취해 영남대로 합병해 대학을 자신으로 것으로 만들었다고 최씨는 주장했다.
대구대 교수와 부흥부 장관을 지낸 뒤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으로 재임중이던 신현확씨의 주선으로 대구대학은 이병철 삼성회장한테 넘어갔다. “1966년 삼성의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이병철 회장은 대구대학을 당시 실세 이후락에게 넘겨주고 대신 성균관대를 넘겨받았어요.” 당시 대구대학 상임이사로 근무중이이던 최씨는 삼성이 사카린사건으로 곤경에 처하기는커녕 오히려 덕을 봤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이듬해 대구대 이사회와 청구대 이사회가 합동으로 열려 학교통합 논의가 진행됐으며, 당시 문교부 법무담당관이 참석해 의결이 될때마다 일일이 허락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1980년 4월 영남대 재단이사장을 맡았다가 그해 11월 평이사로 물러나 8년동안 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 사립대학으로서는 처음으로 국회의 국정감사가 이뤄져 야당 의원들이 “박근혜 이사가 재단에 출연한 액수가 얼마인가, 재단이사장을 맡은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영남대에서 손을 뗐다고 공언한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영남대 재단이사 7명 가운데 4명의 추천권을 줬다.
최씨는 이날 토론회에서 “영남대는 대구와 경북도민들이 출자해서 만든 대학이다. 대구시민, 경북도민의 대학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서울시립대학처럼 올바른 인재들이 등록금 부담없이 마음놓고 공부하는 대학으로 만드는게 가장 바람직하다. 우리 집안으로서도 더이상 영광이 없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권력자와 재벌 등 교육에 관심없는 사람들이 관여하면 안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쨋건 간에 학교의 외형을 키워놓기는 했으니까, 그것을 기화로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영남대를 사유화하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영문과)는 “영남대의 소유권 문제가 사회적인 사안이 되고 있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공영적인 이사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 교수는 “영남대는 지역정서에 편승해 지나치게 ‘박정희’를 활용하고 있다. 자칫하면 보편성을 상실할 위험에 처해 그런 지방주의를 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지창 전 영남대 교수도 “대구대 설립자 후손인 최염 선생과 청구대학 설립자 후손인 최찬식 선생은 모두 영남대학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어한다. 영남대가 운영방식을 시립대학으로 갈지, 공립대학으로 갈지, 아니면 사립대학으로 남을지 여부는 학내 구성원과 시민사회가 결정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구대학교 유병제 교수도 “현재와 같은 재단형태가 아닌 공익재단으로 모습으로 바꾸고, 교수회와 학생회의 권한을 높이고, 총장과 대학본부의 권한을 약회시키는 방법으로 사회적 감시기구를 통해 학사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대학학회(대표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가 주최하고, 대구사회연구소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한국대학학회는 우리나라 대학이 처해있는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학술세미나를 열고 있다. 지난 6월 연세대에서 <한국대학의 민주주의 문제>, 지난 7월 중앙대에서 열린 <대학의 민주적 거버넌스 문제>에 대한 심포지엄에 이어서 이번에 세번째로 경북대에서 <한국 사립대학의 소유구조 문제>를 다루는 세미나가 열렸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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