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10여곳이 입주계약 마친
새 산업단지에 하이닉스 공장 신설
시민들 이용 우회도로 일부 폐쇄도
시민단체 “약자 희생시켜선 안돼”
새 산업단지에 하이닉스 공장 신설
시민들 이용 우회도로 일부 폐쇄도
시민단체 “약자 희생시켜선 안돼”
에스케이(SK) 하이닉스의 15조원 충북 청주 투자 계획을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최태원 에스케이 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경기 이천 에스케이 하이닉스 엠(M)14 공장 준공식 및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46조원을 투자해 엠14 등 반도체 공장 세 개를 짓겠다고 밝혔다. 에스케이는 10년 동안 엠14에 15조원, 나머지 두 공장엔 3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날 선포식엔 이시종 충북지사와 이승훈 청주시장도 참석했다. 두 자치단체는 에스케이 하이닉스의 신설 공장 세 곳 가운데 하나를 청주 신규 산업단지(청주테크노폴리스)에 짓기로 했고, 15조5천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앞다퉈 발표했다. 5조1천억원에 이르는 생산, 5만9천명의 고용 유발 효과로 지역 경제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청주시는 “이 시장의 확고한 유치 의지와 끈질긴 대화 노력으로 결실을 보게 됐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15조5천억원의 투자를 받으려면 중소기업, 시민 등의 적잖은 희생이 따라야 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에스케이 쪽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청주시 등과의 사전 협의에서 지금의 하이닉스 1공장 맞은편 청주테크노폴리스 땅을 요구했고, 청주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땅은 이미 중소기업 10여곳이 입주 계약을 마친 상태다. 또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2차 우회도로(4차로) 일부 구간을 폐쇄하고, 일부 공원 녹지도 산업용지로 바꿔 에스케이 쪽에 건네기로 약속한 끝에 투자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호 청주시 투자유치팀장은 “미안하지만 계약을 한 중소기업 등과는 협의를 통해 양보를 요구해 나갈 계획이다. 2차 우회도로 일부 구간은 테크노폴리스에 6차로가 들어서기 때문에 폐쇄를 검토했던 것이고, 한 문중의 종중 땅 또한 공원녹지에서 산업용지로 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15조원 이상이 투자되면 청주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최윤정 청주충북경실련 사무처장은 “이번 투자 계획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중소기업과의 계약 파기, 도로 폐쇄, 공원녹지 축소 등 약자의 희생을 담보로 한 투자는 안 된다. 일종의 특혜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사업 추진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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