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악취·소음 ‘천덕꾸러기’
둥지튼 소나무 120그루 솎아내
학교 “이제 문열고 수업”
환경단체 “내년 다시 올 수 있다”
둥지튼 소나무 120그루 솎아내
학교 “이제 문열고 수업”
환경단체 “내년 다시 올 수 있다”
‘길조’에서 악취·소음을 일으키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충북 청주 남중학교의 백로 떼가 떠났다. 나무를 베어내(간벌) 서식처를 없앴으니 쫓겨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교와 학부모 등은 반겼지만 환경단체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청주시는 청주산림조합의 도움으로 2일 새벽 5시30분께부터 5시간 동안 백로 떼가 ‘점령’했던 청주시 서원구 청남로 청주남중 뒷산 잠두봉 일대 3000㎡를 간벌했다. 숲 전체를 벌목한 게 아니라 백로 떼가 둥지를 틀었던 소나무 등 120여그루를 솎아냈다. 나무가 잘려나가면서 한때 1000여마리까지 불어났던 백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주열 청주남중 교감은 “백로 때문에 급식실은 물론 교실까지 찜통더위 속에서도 문을 열지 못했다. 이제 백로가 떠나 문 열고 수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감의 말처럼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 5월 이후 불어난 백로 떼가 풍기는 악취·소음 피해에 시달려왔고, 학부모 등은 청주시 등에 대책을 요구해왔다. 학교와 청주시, 교육청, 환경단체 등은 수차례 대책회의 끝에 지난달 간벌을 결정했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이사는 “합의를 통해 간벌을 결정했지만 시기·방법·범위 등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지금 백로가 떠났지만 내년에 다시 올 수 있고,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는 만큼 전문가·행정기관·환경단체 등이 청주지역 백로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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