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진1동 ‘한마음경로당’에서 귀한동포들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성남시 제공
일제때 ‘국외 탈출’ 후손들 귀화
성남시 지원받아 수정구에 새 둥지
“귀한동포들 서로 소통하며
고국에 적응할 구심점 돼”
성남시 지원받아 수정구에 새 둥지
“귀한동포들 서로 소통하며
고국에 적응할 구심점 돼”
“나라가 지켜주지 못해 이 땅을 떠났지만, 돌아와서도 마음이 편치 않은 동포들을 이젠 우리가 돌봐드리려 합니다.”
지난 2013년 6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한 일반주택을 빌려 전국 처음으로 ‘귀한동포’들을 위해 문을 열었던 한마음경로당이 지난 2일 새살림을 차렸다. 성남시 소유 건물을 리모델링한 ‘넓은 집’으로 이사한 것이다. 귀한동포란 일제의 수탈을 견디다 못해 중국 등지로 떠났다가 다시 고국 땅을 밟아 국적을 회복한 동포와 귀화한 2~3세를 말한다.
한마음경로당 회장 윤창한(81)씨는 중국 지린성에서 나고 자란 귀한동포다. 그의 부모는 일제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1919년 고향에서 내쫓기듯 떠났다. 윤씨는 2005년 우여곡절 끝에 고국 땅을 밟았고, 주민등록증까지 받아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그러나 항상 ‘이방인’이라는 그림자가 따라다녔다. 부모에게 배운 고국 말을 잊지 않았으나, 평생을 중국에 살다 보니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환경과 문화가 전혀 다른 노인들과 말동무조차 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따돌림을 당한다는 생각에 집 앞에 있는 경로당에도 가지 못했다. 꿈에 그리던 고국에서 외롭기만 했다.
윤씨는 2012년 같은 처지의 노인 50여명과 함께 귀한동포를 위한 경로당을 만들어 달라고 성남시에 청원했다. 시는 수정구 수진1동 114㎡ 규모의 일반주택을 빌려, 그해 6월 전국 처음으로 귀한동포를 위한 경로당을 열었다. 그러나 130여명에 이르는 귀한동포가 사용하기엔 규모가 턱없이 작아 함께 모여 식사하기조차 어려웠다.
성남시는 기존 경로당 인근 시 소유 건물을 5천여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뒤 경로당을 확장이전했다. 158㎡ 규모에 식당이 따로 있어 활동 공간이 넓어졌다.
이재명 시장은 “일제시대에 어려운 환경 때문에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을 위한 고국의 작은 선물이다. 귀한동포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성남시민으로서 당당하게 함께하는 동료, 친구,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씨는 “귀한동포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고국에 적응할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들어줘 고마울 따름이다. 귀한동포들 모두 여생을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보낼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귀한동포 경로당은 서울 영등포구와 고양시 일산서구, 안산시 단원구 등지에서 운영되고 있으나, 대부분 동포가 사재를 털어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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