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최대 규모의 탁주 제조업체가 원산지를 속여 막걸리를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 전주 막걸리 판매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이 탁주 제조업체의 일탈행위로 ‘전주 막걸리’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으로 보인다.
전주지검 형사2부(부장 김환)는 4일 막걸리 원료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한 혐의(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전주의 한 주조회사 및 이 회사 관리부장 이아무개(42)씨 등 회사 관계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회사는 2013년 3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가격이 싼 중국산 쌀이나 미국·호주산이 혼합된 밀가루로 막걸리를 제조한 뒤 원산지를 ‘국내산 100%’라고 허위표시해 막걸리 218만병(시가 19억5000만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전주지역 향토음식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앞으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협력해 관내 원산지 허위표시 사범에 대해 철저히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십억원의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은 이 업체는 국산 막걸리만을 팔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싸구려 수입쌀을 사용해 향토 막걸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주시는 업체가 저지른 범행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으나, 시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은 ‘전주 막걸리’의 명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주시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전주 모주 지원사업 등 막걸리 활성화 사업으로 예산 43억원을 투입했다. 이 업체도 예산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 막걸리집 주인들은 “전주 막걸리가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는데 업체가 찬물을 끼얹었다”고 분노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