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저녁 제주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 사고가 난 낚시어선 돌고래호의 2009년 모습. 2005년 3월 건조된 돌고래호는 길이 14.5m, 너비 3.29m, 정원 22명이다. 제주/연합뉴스
돌고래호 생존자들이 전하는 사고 상황
낚시꾼들에게 ‘최고의 어장’이 ‘죽음의 바다’로 변했다.
주말을 맞아 낚시꾼들을 태운 전남 해남 선적 낚시어선 돌고래호(9.77t)는 5일 새벽 2시 해남군 북평면 남성항을 출항해 추자도에 도착했다. 2005년 3월 건조된 돌고래호는 길이 14.5m, 넓이 3.29m, 정원 22명이다. 제주도 북쪽에서 약 45㎞ 떨어진 추자도 해역은 낚시꾼들에게 ‘낚시 천국’으로 꼽힌다. 서해와 남해의 지형상 특징으로 난류와 한류가 교대로 지나면서 플랑크톤 등 물고기의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돌고래호는 5일 저녁 7시25분 추자도 신양항을 출항했다. 당시 추자도 해상은 많은 비가 내리고 초속 9~11m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또 2.5m 정도의 너울성 파도가 쳤다.
돌고래호에 설치된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로 마지막으로 위치가 확인된 시간은 출항 13분 뒤인 7시38분 추자면 예초리 북동쪽 500m 해상이다. 그 뒤 7시44분부터 2분 간격으로 다른 낚싯배인 돌고래1호(5.16t) 선장 정아무개(41)씨가 돌고래호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잠시만”이라는 말 뒤 통화가 끊겼다.
구조된 이아무개(49)씨는 “배가 출발한 지 20분도 지나지 않아 ‘쾅’ 하는 소리가 나면서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존자 박아무개(39)씨는 “너울이 세게 쳐서 배가 순식간에 뒤집혔다. 잠들어 있었는데 배의 시동이 꺼지면서 선장이 밖으로 나가라고 했고, 곧바로 배가 뒤집혔다. 생존자 3명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배 위에 있었으나 강한 풍랑에 떨어져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뒤집힌 배에 10시간가량 매달려 있을 때 몸무게를 줄이려 휴대전화기나 다른 소지품을 모두 바다로 던져버렸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돌고래호는 10시간40분 정도 지난 6일 아침 6시23분 추자도 섬생이섬 남쪽 1.1㎞ 해상에서 인근을 지나던 어선 97흥성호(9.77t)에 의해 전복된 채 발견됐다. 이 어선이 생존자 3명을 구조했다. 돌고래호가 발견된 지점은 마지막으로 신호가 끊긴 지점과 직선으로 4.5㎞ 떨어진 곳이다. 해경은 사고 뒤 조류에 떠밀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경은 어선이 로프에 걸린 상태에서 심한 너울이 쳐 전복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