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경찰관을 사칭해 보이스피싱 조직 인출책을 붙잡아 협박한 뒤 돈을 뺏은 혐의(특수강도)로 오아무개(23)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오씨 등은 지난 6월25일 오후 2시께 서울 노원구 한 은행 현금인출기 앞에서 입출금을 반복하는 보이스피싱 조직 인출책 황아무개(23·대만인)씨 등 2명을 발견하고, 황씨 등을 전자충격기 등으로 위협해 현금 1500만원과 휴대폰, 여권 등을 빼앗은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고향 친구들인 오씨 등은 보이스피싱 인출책을 상대로 돈을 뜯으면 신고를 하지 못해 완전범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짜 경찰신분증과 전자충격기 등을 준비해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씨 등은 과거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어 은행 앞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보이스피싱 인출책을 쉽게 구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의 범행은 경찰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인출해 송금한 혐의(사기)로 오씨를 검거한 뒤 압수한 휴대전화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강도 범행 당시 황씨 등을 협박할 때 찍은 사진 1장이 발견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오씨가 찍은 사진 속 황씨의 모습이 위축돼 있고, 주변이 부자연스러운 점 등을 수상히 여겨 황씨가 또 다른 피해자일 가능성을 놓고 수사를 벌여 오씨의 범행을 밝혀냈다. 오씨는 지난 4~6월 430차례에 걸쳐 대포통장으로 들어온 보이스피싱 피해금 15억원을 인출해 해외로 송금한 혐의로 지난달 붙잡혔다. 한편, 경찰은 오씨 등에게 돈을 뺏긴 황씨와 또 다른 보이스피싱 인출책 양아무개(32)씨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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