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환 ‘토종벌 지킴이’ 회장 등 토종벌 지킴이 회원들은 14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낭충봉아부패병의 원인과 해법을 설명하고 전국 한봉업자들에게 병 퇴치를 위해 공동 방제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토종벌 지킴이’ 4년간 연구 결실
괴질 ‘낭충봉아부패병’ 해법 제시
괴질 ‘낭충봉아부패병’ 해법 제시
“토종벌 괴질, 우리가 잡았습니다. 이제 벌도 살고, 우리도 살았습니다. 이제 함께합시다.”
‘토종벌 지킴이’는 14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토종벌 괴질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 해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낭충봉아부패병은 면역력이 약해진 토종벌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말라 죽어가는 것으로 ‘토종벌 괴질’ ‘토종벌 에이즈’로 불린다. 한봉업자들은 2009년 전국에 38만3418통(한 통에 1만마리 안팎)에 이르던 토종벌이 낭충봉아부패병으로 98%가량 궤멸해 지금은 7천~1만통 안팎만 남았다고 추산하고 있다. 토종벌 지킴이는 2011년 낭충봉아부패병이 확산하자 이를 잡으려고 전국의 한봉업자 20여명이 꾸렸다.
이들은 4년여간의 연구 끝에 분봉 준비기인 4월, 고온다습한 7월 등에 명나방 애벌레, 수중다리좀벌 등 해충이나 진균 등이 토종벌 애벌레 등을 감염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이 제시한 해법은 ‘해충의 애벌레 출입 방지 구조를 갖는 벌통’(특허등록)과 여왕벌 교체다. 토종벌 지킴이 ‘현장 교수’로 통하는 김대립(42·청주 청토청꿀 대표)씨는 “여러 원인 가운데 직접 벌통에 침입해 애벌레 상태의 벌을 감염시키는 명나방 애벌레가 가장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아내, 이를 막는 벌통을 개발했다. 또 발병 위험기에 건강한 여왕벌로 교체하는 방법을 함께 적용했더니 효과가 컸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 등이 낭충봉아부패병 확산을 막으려고 2013년부터 개량 벌통을 보급하기는 했지만 실제 낭충봉아부패병의 원인을 밝히고 해법을 제시한 것은 처음이다.
최용수 국립농업과학원 박사는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이 낭충봉아부패병의 원인과 퇴치를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해법을 찾은 것은 아니다. 현재로선 농민들이 효과가 있다면 효과가 있는 것이다. 다만 다양한 원인과 감염 경로가 있는 만큼 한두 가지를 차단한다고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철환 토종벌 지킴이 회장은 “낭충봉아부패병은 메르스를 잡듯이 전국 한봉업자들이 모두 함께 나서야 차단할 수 있다. 앞으로 세미나 등을 통해 전국의 토종벌 농가에 이 방법을 조건 없이 전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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