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의회에 예산 300억원 떼어줘
도의회, 상임위·여야 정당에 분배
“도의회가 짠 예산 누가 감시하나”
도의회, 상임위·여야 정당에 분배
“도의회가 짠 예산 누가 감시하나”
경기도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짜면서 300억원을 경기도의회 몫으로 주자 도의회가 이 중 180억원은 9개 상임위원회에 배정하고 나머지 120억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이 72억원, 새누리당이 48억원씩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나눠먹기’라는 비판과 함께 도의회의 예산 감시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등의 말을 종합하면, 도의회는 경기도로부터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300억원을 받아 60%인 180억원을 9개 상임위원회에 19억원씩, 운영위에 9억원을 배정했다. 나머지 120억원은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 경기도의회 대표부가 각각 72억원과 48억원을 나눠가진 뒤 알아서 사업예산으로 쓰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집행부가 예산 편성권을 갖고, 예산 심의·의결권을 가진 의회가 예산 편성과 집행의 적정성을 감시·견제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이런 원칙을 고수해오다 남경필 지사 취임 이후 여야 간 ‘예산 연정’을 명목으로 1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100억원을 도의회에 배정한 데 이어 2차로 300억원을 할당했다.
도의회의 한 관계자는 “상임위 예산은 물론 여야 대표부가 각각 편성한 예산도 상임위와 예결위를 거치도록 할 예정이다. 대부분 복지 등 취약계층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도의회 돈을 준 것에 대한 법적 하자는 없다. 의원들이 알아서 잘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산을 감시해야 할 도의회가 직접 예산을 편성하는 상황이 되면서 결국은 경기도의 전체 추경예산은 물론 내년도 본예산에 대한 의회의 감시 기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수원경실련 박완기 사무처장은 “도의회에 배당된 예산을 의원 개개인 또는 여야 지도부의 민원 해결용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복수의 도의원들은 “동료 의원들이 원하는 예산 사업에 대해 누가 가타부타 말을 하겠나. 주민 세금을 도의회와 경기도, 언론 등이 나눠먹고 있다는 굴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몇몇 공무원들도 “집행부 예산은 도의회가 감시한다지만, 도의회가 짠 예산은 누가 감시하느냐”고 되물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