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중공업 노조는 다음달 국제축구연맹(피파) 회장 후보등록 마감일을 앞두고 스위스 취리히 피파 본부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올해 회사 쪽과의 단체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이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해서다. 정 전 의원은 차기 피파 회장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현대중 노조는 “피파 회장 등록 마감일인 10월26일 이전에 스위스로 가 취리히 피파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정 전 의원이 과연 피파 회장 후보로서 자격이 있는지 전세계인 앞에 검증을 위한 보따리를 펼쳐 보이겠다. 정 전 의원이 현대중공업 그룹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 임금동결, 하청노동자 생존권 외면 등의 문제로 인해 피파 회장 후보로서 손색이 없도록 사전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전 의원은 (현대중공업 그룹 대주주로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배당금으로 3122억원이나 수금해갔다. 마땅히 책임도 져야 한다. 피파 회장 후보 등록하러 갔다가 화려한 조명 대신 망신살 뻗치고 돌아오지 않으려면 닫힌 교섭의 빗장을 직접 여는 결단을 내려야만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현대중 노조의 스위스 방문단은 노조 임원 1명과 현지 통역지원을 포함해 모두 4명으로 이뤄지며, 10월18일부터 24일까지 엿새간 현지에 머물 예정이다. 방문단은 이 기간에 스위스 노동단체와 간담회를 시작으로 피파 본부 앞 공동 기자회견, 취리히 선전전, 언론 인터뷰, 중요 지점에서의 시위 등도 계획하고 있다.
현대중 노조는 회사 쪽과 올해 교섭에서 △임금 12만7560원 인상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성과연봉제 폐지 △고용안정 협약서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 쪽이 조선경기 침체와 적자 등을 이유로 ‘임금 동결’ 방침으로 맞서 교섭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오후 4시간 사업부별로 돌아가며 부분파업을 벌였다. 17일에는 4시간 파업을 벌이며 태화강 둔치에서 조선업종노조연대 및 현대·기아차그룹연대회의 공동집회도 열기로 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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