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김병립 제주시장이 입을 닫았다. <제민일보> 현아무개(42) 기자의 시청 국장 폭행과, 뒤이은 국장의 투신사건으로 제주도청과 시청 노조, 시민단체들이 시장의 태도를 여러차례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김 시장은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폭행사건이 발생하고, 같은 달 23일 새벽 피해자인 백광식(57) 제주시청 국장이 투신해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은 이후 김 시장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이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자의 고위 공무원 폭행 때문이기도 하지만, 백 국장이 투신 직전 동료와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때문이다. 백 국장은 언론을 겨냥해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워 공직사회는 물론 인사에 개입하고 자기 사람을 심어놓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업을 하는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또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언론에 흔들리지 말고 바른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하는 내용도 적었다.
당연히 행정기관의 입장에 이목이 쏠렸으나, 김 시장이 이 사건과 관련해 언급한 것은 한차례뿐이다. 투신사건 다음날 열린 간부회의 자리에서 “공직자들이 유언비어에 현혹돼 이런저런 말을 옮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입조심을 당부한 게 전부다. 노조와 시민단체들의 성명과 기자회견에도 요지부동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시지부는 최근 성명에서 “폭행사건 발생 이후 제주시의 수장으로서 이 사건을 대처하는 데 일말의 희망을 갖고 지켜봤지만 기대감은 깨졌고,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장을 회유했다는 여론에 대해서도 시장의 명예를 걸고 통화 내용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시장은 충분히 오해받을 만한 일을 했다. 김 시장이 폭행사건 이후 백 국장 투신 전까지 현 기자와 최소한 6차례에 걸쳐 전화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3일 수사 결과 발표에서 백 국장이 직장 등 주변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고소 취하 회유를 받은 부담감이 자살 시도의 한 원인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시장 스스로 현 기자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제주시정이 불신을 받게 된다. 바짝 엎드려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바라서는 안 된다. 사실을 공개하고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사과해야 한다. 김 시장이 침묵을 지키는 것은 제주시민과 공무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자신을 임명한 도지사에게는 더욱 그렇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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