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유치한 기업이 2년만에 해산하면서 이 기업에 지원해준 예산 55억원을 떼일 형편에 놓였다.
대구시가 2013년 9월 유치해 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테크노폴리스안에 공장을 세운 ‘현대커민스엔진’이 지난달 말 ‘해산’하기로 결정한 뒤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건설장비에 쓰는 고속엔진을 생산하는 이 기업은 현대중공업과 미국의 엔진전문 기업인 커민스가 50대50의 지분비율로 회사를 세웠다. 현대커민스엔진은 중국에 수출을 해왔지만 세계 건설경기 불황여파로 수출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올들어 350억원의 적자가 쌓이면서 해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이 기업이 1천억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500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면서 2020년까지 매출액 5억달러, 경제적 파급효과 6조4천억원, 고용효과 4천명을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투자보조금 12억원, 고용보조금 3억6900만원, 교육훈련보조금 1억원에다 20억원 어치에 이르는 공장터를 공짜로 제공했다.
또 현대커민스엔진이 그동안 건축해놓은 건물을 철거하는 비용과 원상회복 비용 15억원 합쳐 모두 55억원을 받아내야 하지만 회사 쪽은 최소한 안전장치인 이행보증보험도 가입해놓지 않아 대구시가 돈을 떼일 위기에 놓였다.
대구시는 2년전 현대커민스엔진을 유치하면서 ‘5년안에 해산, 파산 등의 방법으로 기업운영을 중단하게 되면 지원금을 모두 변상받을 수 있다’는 계약을 맺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대커민스엔진 지분의 절반을 보유중인 현대중공업 쪽은 지원금 반환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혀 회수가 가능하겠지만, 미국 커민스쪽과 협상에 어려움이 적지않다”고 털어놨다. 대구시의회 김원구(새누리·달서)의원은 “2년만에 해산할 기업을 유치한 대구시의 안목에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세금을 지원해 주고도 계약을 어겼을때 받아낼 채권확보 방안 조차 마련해놓지 않아 더욱 한심하다. 빨리 대책을 마련하라”고 다그쳤다.
이에대해 이경호 대구시 투자기획팀장은 “현재 회사쪽과 협의하고 있다. 돈이 없다거나 부도가 나서 회사가 문을 닫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아내는게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55억원 전액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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