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 대부분 최저임금등 근로기준법 적용 사실조차 몰라
울산대 3학년에 재학하는 박아무개(22·여)씨는 지난달 개강과 함께 영어학원비를 마련하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7~11시 하루 4시간씩 학교 앞 게임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최근 한 달치 급여 21만원을 받았다. 시급 2800원으로 계산해 받은 그는 “비슷한 근무조건의 커피숍 등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시간당 2300원씩 받고 있는 것에 비하면 나은 편”이라며 “학교 부근의 아르바이트 자리 경쟁이 치열해 임금을 올려달라는 얘기는 입도 뻥긋 못한다”고 말했다.
울산대 앞의 대다수 상점들이 시간제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채용해 쓰면서 법정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대 아르바이트 권리 찾기 운동본부는 최근 울산대 앞에서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채용하고 있는 상점 가운데 16곳을 무작위로 뽑아 설문조사를 벌였더니, 조사 대상의 75%인 12곳이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3100원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게임방, 노래방, 커피숍 등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이 시간당 2300~2800원의 급여밖에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고급 술집이나 음식점의 주방 등 장사가 잘 되거나 일이 힘든 곳에서 일하는 학생들만이 시간당 3500~3600원씩의 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또 채용 때 근로계약서를 아예 작성하지 않거나 임금, 근로시간 등의 노동조건을 고지하지 않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곳도 전체의 86.7%나 됐고, 시간외 근로나 휴일근로, 야간근로 때 통상임금의 반을 더 줘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곳도 38%에 이르렀다. 특히 이들 상점의 주인 가운데 68.7%는 아르바이트도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울산대 아르바이트 권리 찾기 운동본부 최선중(24·국문4) 집행위원장은 “일부 상점은 부당해고를 하고 임금을 늦게 주거나 떼어먹는 곳도 있었다”며 “최저임금을 준수하자는 권고문을 나눠 준 뒤 지키지 않는 상점은 노동부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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