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챙기고
도는 중국 관광마케팅 11억 통과
도는 중국 관광마케팅 11억 통과
경기도가 경기도의회에 예산편성권 일부를 주는 ‘예산 연정’을 추진하면서 우려됐던 ‘예산 나눠먹기’(<한겨레> 9월15일치 10면)가 현실화했다. 몇몇 상임위원회에서는 도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나섰고, 경기도는 한 지방언론사가 추진해온 대중국 관광 마케팅에 11억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을 배정해 통과시켰다. 경기도와 도의회 내부에서조차 ‘정도를 넘어섰다’는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경기도와 도의회의 말을 종합하면, 도의회는 지난 23일 1조1948억원의 2차 추경예산을 의결 처리하면서, 경기도로부터 편성권을 넘겨받은 300억원의 연정 예산을 109개 사업에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도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은 늘어난 반면 정책 예산은 실종돼 예산 연정의 취지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경기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는 경기문화재단 운영비 11억원, 경기관광공사 운영비 9억여원, ‘광복 70돌 한마음 음악축제’ 1억원, 다문화가족 미니 월드컵에 8천만원 등을 배정했다. 도의회 관계자는 “문화재단과 관광공사에 돈을 넣고 해당 위원들의 지역구에서 열리는 공연과 행사에 쓰는 것으로, 정책 예산과는 무관하다”고 시인했다.
경기도는 도 관광자원을 알리는 웹드라마를 제작해 중국 대중매체를 통해 홍보하는 관광 마케팅 명목으로 16억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도의회는 이 가운데 11억원을 통과시켰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가 올린 예산이지만 한 지방언론사가 관여된 사업”이라고 말했다. 한 도의원이 “드라마 제작비는 6억원이고 송출 홍보비가 7억원이라는 게 말이 되냐. 또 11억원이라는 돈을 올해 12월31일까지 3개월 안에 다 쓰라는데 차라리 뭉칫돈을 언론사에 그냥 주지…”라며 반대했지만 5억원 정도 깎인 채 예산이 통과됐다.
도의회 관계자는 “예산을 깎으려고 하다가 해당 언론사로부터 ‘우리 예산이니 깎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의회 관계자는 “경기도로부터 예산 연정으로 300억원의 거액을 받은 도의회 스스로 약점이 많다 보니 무리한 사업 예산임을 알면서도 경기도와 지방언론사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도내 130개 언론매체에 홍보비로 16억원을 확정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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