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학생회가 경영진 총사퇴를 포함해 학교 쪽과 전면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앞서 청주대 총학생회가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22~23일 진행한 ‘경영진 총사퇴 찬반 투표’에서는 학생 91%가 현 경영진 사퇴를 지지했다. 이에 따라 학생회는 다음달 2일 단과대 임원, 전체 학과 대표 등 학생 대표 350여명이 참석하는 전체학생대표자 회의를 열어 대응 방법, 수위, 절차 등을 논의할 참이다.
학생회는 애초 황신모 총장을 ‘주타깃’으로 삼았지만 황 총장이 지난 22일 전격 사임하면서, 황 총장을 보좌했던 보직교수, 김윤배 이사(전 청주대 총장)를 포함한 청석학원 이사진 등 경영진 총사퇴로 쇄신폭을 늘렸다.
박명원 청주대 총학생회장은 25일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부실대학으로 전락시킨 무능 경영진에게 학교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학생들의 뜻을 물어 이들을 퇴출시킬 계획이다. 청주대를 바로 세우는 길은 이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총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학생들은 설립자 후손으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장을 연임했던 김 이사 퇴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이사는 지난해 8월 대학이 정부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뒤 학생·교수·동문·노조 등으로 이뤄진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한테서 사퇴 압력을 받아오다 지난해 12월 전격 사임한 뒤 당시 부총장이던 황 총장을 내세우고 자신은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김 이사는 총대를 맨 황 총장과 동반 사퇴하라는 학생회 등의 촉구가 이어졌지만 꿈쩍하지 않았다.
박 학생회장은 “지난 21일 김 이사는 밀실에서 황 총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하는 등 아직까지 사실상 학교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김 이사가 물러나지 않는 한 학교 정상화는 어렵다. 그와 그의 꼭두각시들이 모두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시민단체 쪽과 연대를 통한 장외전도 준비하고 있다. 송재봉 충북엔지오센터장은 “김 이사의 사퇴가 청주대 정상화의 핵심 요건이라는 데 동의한다. 학교 경영 과정의 각종 비위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 이사가 사법 처리돼 영원히 학교와 격리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시민사회의 힘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학생·교수 등 학내 구성원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총장 사퇴 뒤 청석학원을 포함한 학교 쪽도 분주하게 대응책을 찾고 있다. 청석학원은 25일 오후 비공개 긴급 이사회를 열어 후임 총장으로 김병기(58·수학교육과) 교수를 선임했다. 김 교수는 1987년부터 청주대에서 강의를 해 왔으며, 입학처장·교무처장 등을 지냈다. 청석학원 이사회는 “김 새 총장이 청주대의 난국을 타개하고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준비하는 데 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했다”고 밝혔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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