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규·정연숙씨 부부. 사진 충주시 제공
충주 윤성규·정연숙씨 부부
13년째 이웃성금…마을꽃 가꾸기도
13년째 이웃성금…마을꽃 가꾸기도
“가지고 쌓아두면 뭐해, 지고 갈 것도 아니고. 서로 돕고 사는 거지요….”
2003년부터 해마다 이웃 등에게 200만~400만원씩 성금을 건네는 윤성규·정연숙(81)씨 부부의 말이다. 동갑내기 부부는 충북 충주시 명서리 정암마을에서 사과 농사를 업으로 살고 있다. 부부는 칠순을 맞은 2003년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고 200만원을 내놓은 뒤 버릇처럼 이웃을 돕고 있다. 올해 초 윤씨는 의대에 진학한 딸을 둔 형편이 어려운 이웃, 고교생 자녀를 둔 이웃, 초등학생 셋을 키우는 이웃을 찾아 성금 400만원을 건넸다.
“돈이 조금 모이면 저렇게 남 도우려고 나서요. 몇해 전엔 강원도에 물난리 났다는 보도를 보고 거기까지 가서 돈 주고 온 적도 있어요. 말려도 안 되니 그냥 저도 따라다닙니다.” 부인 정씨의 말이다.
마을 곳곳에도 부부의 사랑은 넘쳐난다. 정암마을은 꽃마을로 유명하다. 윤씨가 봄부터 1㎞ 남짓한 마을 길 곳곳에 칸나·샐비어(사루비아)·금송화 등을 심었다. 지난여름 지독한 가뭄으로 수차례 꽃들이 시들어갈 때 윤씨는 손수 물을 길어다 꽃을 지켰다. 지금은 거대한 꽃대궐을 이루고 있다. 윤씨는 새마을운동 전인 1958년부터 마을 길에 꽃을 심어 피우고 있다. 윤씨는 귀농·귀촌인들에겐 농사 선생님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해 하루 한두 끼만 먹고, 학교 문턱에도 못 갔으니 가난이 한이 됐지. 옛날 생각이 나서 어려운 이들 조금씩 도우려는 거야. 함께 잘 살면 좋잖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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