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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저축왕은 ‘선감학원’ 탈출소년이었다

등록 2015-10-04 20:33수정 2015-10-23 15:31

[인터뷰] 류규석 선감학원 생존자회 회장
“이제라도 경기도가 나서서 진실 밝혀주길”
‘선감학원 원생 출신 생존자회’(생존자회) 류규석(63) 회장은 10살 때인 1960년대 초 인천에서 붙잡혀 선감학원으로 끌려왔다가 2번의 탈출 시도 끝에 선감도를 벗어났다. 섬을 나온 그는 인천에서 구두닦이와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한 끝에 1972년 저축왕이 되어 모범 청소년상을 받았다.

당시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보고 찾아온 어머니와 그는 재회할 수 있었다. 1990년대 말부터 선감학원 원생 출신들의 동호회 형태로 유지되던 선감학원 모임이 선감학원 생존자회로 바뀌면서 회장을 맡고 있다. 류씨는 3년째 추석 같은 명절 때 당시 동료들과 함께 선감학원 희생자들의 묘지를 찾는다.

“2번 시도 끝 탈출…어머니와 극적 재회
죽은 이들 억울함 달래려 3년째 제사”

-제사를 지낸 것이 3년째다.
“조촐하지만 억울하게 죽은 동료들의 원혼을 달래려는 뜻에서다. (우리가) 살아있을 때까지는 제를 지낼 것이다.”

-선감학원에서 억울했던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어린아이들을 잡아간 것 그 자체가 억울하다. 나쁜 짓을 했으면 재판받고 형무소 가서 징역 살고 나오기라도 하지. 7살, 10살 어린이들, 그것도 당시 신문에 나왔듯 부모 등 연고자가 있는 아이들인데. 왜 어린아이들을 부랑아로 몰아 붙잡아 와서 노역을 시켰나. 직원 대부분이 공무원들이고 그 안에서 폭행이 이뤄졌는데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옛날 생각하면 잠도 안 오고 자다가 벌떡 일어난다. 섬에서 빠져나온 아이들은 대부분 술과 담배에 찌들어 살다 죽었다. 60살을 넘기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학교도 보내주고 직업교육도 하지 않았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공부나 직업교육도 없었다. 한창 배울 시기에 거의 대부분이 노역을 했다. 어찌나 매질을 해대는지, 누에 치고 소와 돼지 기르고 염전과 농장을 일궜지만 단돈 1원도 받지 못했다.”

-생존자회가 바라는 것은?
“당시 관리감독을 경기도가 했다. 도지사도 방문한 적이 있다. 경기도에 탄원서를 냈는데 진상을 조사해서 진실을 밝혀주었으면 한다. 우리들의 힘으로 뭘 할 수 있겠나. 당장은 숨진 희생자들의 무덤이라도 제대로 정비해주고 동료들이 희생자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도록 쉼터라도 있었으면 한다.”

류 회장은 인터뷰 기사에 자신의 얼굴 사진이 나오는 것을 한참 주저했다. 자식들도 있고, 선감학원 경험이 남들에게 내놓고 이야기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그가 아내에게 선감학원 이야기를 힘겹게 털어놓자 아내는 말없이 울기만 했다고 했다. 그리고 명절에 희생자 묘지를 찾을 때면 말없이 과일을 싸준다고 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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