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말 오묘하지요. 하지만 방송·인터넷 말들에 밀려 사라져가는 게 안타깝네요. 누구라도 지켜야죠.”
충북 영동지역의 사투리 등을 모은 <잊혀져가는 우리 지역의 말·말·말: 충북 영동>이란 자료집을 낸 김용래(64)씨의 말이다. 김씨는 최근 자료집 500부를 발행해 영동군, 영동문화원, 도서관 등에 기증했다.
김씨는 2011년 6월 영동군 학산·용산면장을 끝으로 36년 동안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 뒤 사라져가는 ‘영동말’을 좇고 있다.
“도회지 나간 아이들과 전화 통화를 하는데 내 말을 애들이 못 알아듣고, 애들 말은 내가 모르겠더라고요. 맛깔나는 영동말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말을 모으기 시작했죠.”
그는 가끔 마을회관으로 출근한다. 여느 노인들이 여가를 보내려고 회관에 나오지만 그는 오롯이 지역 어르신들한테서 영동말 귀동냥을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모은 단어 500여개를 자료집에 ‘ㄱ~ㅎ’ 한글 자음 순서대로 사전처럼 담았다.
‘까풀막’(오르막) ‘버랑빠진’(넋 나간) ‘허자바리’(바보) ‘데데하다’(변변하지 못하다) ‘처깔하다’(문을 잠가두다) ‘매조지’(마무리) 등 사라져가는 영동말을 찾아냈다.
충청과 영호남의 접경인 영동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지역에 뿌리내린 바깥말들도 정리했다. ‘걸그치다’(걸리적거리다) ‘바부재’(보자기) 등 경상도 흔적이 담긴 말과 ‘꼬래비’(꼴찌) ‘찌끄리다’(뿌리다) 등 호남색이 밴 말 등을 자료집에 담았다.
그는 “영동말은 동쪽 상촌·추풍령 등은 경상도, 서쪽 학산·용화 등은 전라도 말이 들어와 섞이면서 독특한 말이 됐다. 국적 불명의 외래어, 줄임말 등이 범람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토종 영동말이 제대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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