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보다 적게 들어가도록 주유소 프로그램 조작 수억원 챙겨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주유소의 주유기 프로그램을 조작해 정량보다 적게 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사기,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 등으로 주유소 소유자 박아무개(37)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주유소장 김아무개(31)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박씨 등 5명은 2013년 6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부천, 충남 천안, 대전 등 3곳에 주유소를 차려놓고 정량보다 3∼5.5% 적게 주유 되도록 기기를 조작해, 347억원 어치의 매출을 올려 1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불법 프로그램이 입력된 메인보드 11개를 개당 200만원 주고 구입해 주유기에 설치해, 주유시 특정 버튼을 눌러 기름이 적게 들어가도록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함께 구속된 이아무개(55)씨와 일당 2명 등 3명은 올해 5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화성과 강원 양양 등 2곳에 주유소를 차려놓고 같은 수법으로 70억원 어치의 매출을 올려 3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 등은 주유기에 달린 기존 메인보드에 불법 프로그램을 입력해, 주유량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씨 등은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한국석유관리원 등이 단속에 사용하는 개조차량에 감지되지 않도록 일정량까지는 정확하게 주유 되도록 하고, 그 이상 주유할 경우 감량되도록 하는 신종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주유업자들은 주변 주유소보다 리터(ℓ)당 20∼30원가량 싼 가격을 내세워 고객을 유치하고, 사무실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버튼만 누르면 불법 프로그램이 꺼지는 장치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조작된 메인보드와 불법 프로그램을 판매한 일당을 추적하고 있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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