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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어 하룻새 딸 세상 등져…‘자살예방 초동조처만 했더라도’

등록 2015-10-27 21:20수정 2015-10-27 21:58

경찰, 살아남은 딸 가족에 인계
예방센터 연락안해 사태 못막아
아버지에 이어 딸이 하루 사이에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경찰과 보건소, 병원 등의 자살 예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새벽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ㅎ(52·여)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25일 새벽 이곳에서 ㅎ씨의 아버지가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청주 상당경찰서는 외부 침입과 외상 등의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두 사람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숨지기 전 ㅎ씨의 진술 등에 따르면 ㅎ씨와 ㅎ씨의 아버지·어머니(87)가 25일 새벽 수면제를 먹고 안방에 연탄을 피워 동반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셋 모두 숨지지 않았고, 결국 아버지만 목을 매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ㅎ씨의 아버지와 타다 남은 연탄을 발견했으며, ㅎ씨와 ㅎ씨의 어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간 ㅎ씨가 다음날 새벽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 등이 자살예방센터 핫라인(1577-0199) 등을 통해 초동조처를 제대로 했더라면 딸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달 펴낸 ‘보호조치 업무 매뉴얼’의 자살 관련 초동조처 요령을 보면 ‘급박한 위험이 해소되면 자살예방센터에 연락해 자살 기도자에 대한 상담을 연계하라. 재발 방지를 위해 정신보건센터에 상담을 의뢰하거나 필요하면 정신과 전문병원으로 이송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조처를 생략했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으로 옮긴 ㅎ씨가 위중한 상황이어서 가족에게 인계해 보호하게 했다. ㅎ씨가 회복하면 자살예방센터 등에 통보하거나 조사·관리하려 했다. ㅎ씨가 병원에서 나온 뒤 집으로 가 숨진 경위 등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상당보건소 관계자는 “25일 자살 사건 이후 경찰의 관련 통보는 없었고, 26일 오전 자살 경위 등을 경찰에 물었지만 알려주지 않았다. 미리 알았다면 조처를 취했을 텐데 안타깝다. 경찰·소방서·병원 등이 신속하게 자살 기도 정보 등을 정신건강증진센터나 자살예방센터 등에 통보하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영진 충북경제사회연구원 사무국장은 “자살 예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적어도 딸은 구할 수 있었다. 효율적인 자살 위기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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