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 “또 기다리란 말이냐”

‘알맹이없는 결과’에 분통 터뜨려

“우리 나이가 이제 80이 넘고 90이 넘었다. 참고 또 참고 기다렸는데 어떻게 또 기다리란 말이냐.”

“일본이 우리 청춘 다 망가뜨렸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빨리 해결해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는 결과를 내놓자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이를 지켜보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울분을 토했다. 이날 오전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부터 ‘나눔의 집’ 거실에 모여 관련 뉴스를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던 할머니들은 구체적인 성과 없이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는 회담 결과가 전해지자 “뭘 더 기다리라는 말이냐. 알맹이 없는 결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아베 총리를 만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이옥선(88) 할머니는 “다른 거 없다. 우린 사죄만 받으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는 “우리 얘기는 이미 다 했는데 또 무슨 회담을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군자(89) 할머니 역시 “오늘은 좀 좋은 소식이 있나 했더니 여전히 마찬가지”라며 낙심했다. 일부 할머니들은 “너무 억울해 말이 안 나온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광주/김기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