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일간지 <제주일보>가 똑같은 제호로 동시에 발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같은 제호로 2개 신문이 동시에 발행되면 언론계 초유의 일이 된다.
㈜제주일보방송(대표 김대형)은 9일치 <제주일보> 호외를 내고, 오는 16일부터 ‘정상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제주에는 ㈜제주일보(대표 오영수)가 <제주일보>를 발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된 것은 2012년 ㈜제주일보사(대표 김대성)의 부도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5년 10월 창간된 <제주일보>는 2012년 12월10일 200억원대의 부채, 14억원에 이르는 임금체불 등으로 최종 부도처리됐다. 김대성 회장은 구속된 상태다. 이에 직원들은 ‘제주일보사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려 신문 발행이 중단되는 상황을 막았다.
앞서 비대위는 부도 직전인 같은 해 12월9일 회사 쪽과 채무를 제외한 경영권한을 위임받고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여기에는 신문사 소유의 신문제호 등 지적재산권(상표권 포함)과 제주일보 인터넷 뉴스 도메인 등을 비대위 해체 때까지 위임받는 등의 양도양수계약도 포함됐다. 비대위 구성원들인 직원들은 2013년 8월 말 퇴사하고 새로 법인을 설립한 ㈜제주일보에 입사했다.
이에 대해 ㈜제주일보방송은 9일치 호외에서 “제주일보사와 비대위간 맺은 양도양수계약은 제주일보사 직원 모두가 퇴사하며 새로운 법인으로 옮겨가 효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부도상황에서 퇴직금을 받지 못한 제주일보사 직원들은 법원에 퇴사 직전인 2013년 7월 상표권 매각 명령(경매)을 신청했고, 제주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런 와중에 ㈜제주일보는 ㈜제주일보사와 ‘2013년 9월27일부터 상표권이 공·경매를 통해 매각될 때까지’ 계약을 맺고, 같은 해 12월9일 특허청에 <제주일보> 상표 사용에 대한 전용사용권을 설정한 뒤 제주도청에 <제주일보> 제호를 등록해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상표권 경매로 불거졌다. ㈜제주일보방송 대표 김대형씨 쪽과 현재 <제주일보>를 발행하는 ㈜제주일보 대표 오영수씨 쪽은 2014년 12월23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제주일보 상표권’경매에 참가했다. 김씨 쪽이 최종 9억원을 제시해 상표권을 얻었다. 제주상공회의소 회장인 김씨는 구속 중인 ㈜제주일보사 김대성 전 회장의 동생이다.
김씨는 지난 1월13일 제주지법에 상표권 등록권자 명의변경 및 압류 말소 등록을 요구했고, 특허청은 같은 달 19일 상표권 명의 변경 및 압류 등록을 말소했다. 특허청은 지난 7월10일에는 전용사용권 설정 등록도 말소했다. 이어 김씨는 8월6일치로 <제주일보> 상표권을 ㈜제주일보방송으로 이전 등록했다.
이에 대해 ㈜제주일보 쪽은 “(김 전 회장이) 신문 발행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비대위에 위임 및 양도양수해놓고 다시 친동생에게 무상양도양수했다”고 말했다.
김씨 쪽은 지난 8월 이후 ㈜제주일보 쪽에 상표권 무단 사용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최고장을 보내는가 하면, 발행·인쇄인과 편집인을 상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와 함께 법원에 제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해 11일 첫 심리가 예정돼 있다. ㈜제주일보 쪽도 지난 8월 ㈜제주일보방송이 소유한 상표권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편 ㈜제주일보는 지난 2일 제주도청에 라는 제호를 등록했다. 이 회사는 최근 사고를 통해 “제주사회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1면 상단 오른 쪽에 ‘부도 사태 속에서 기자와 직원들이 지켜낸 제주일보’라는 표시를 하겠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제주일보>라는 이름으로 2개의 신문이 발행될 수 있다는 점,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인구 65만여명의 제주도에는 현재 5개 일간지가 있다.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든 또 다른 지역일간지가 하나 더 발행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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