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주민들 “왜 깜짝쇼?…축복인지 재앙인지”

등록 2015-11-10 23:22

1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건설 관련 주민설명회에서 한 주민이 질문을 하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1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건설 관련 주민설명회에서 한 주민이 질문을 하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이착륙장 주변 재산상 불이익” 우려
“선정과정서 왜 주민에 숨겼나” 비판
입지 둘러싸고 주민들간 갈등 조짐
“땅 70% 차지 외지인만 대박” 지적도
제주 제2공항 입지가 10일 장막을 벗고 모습을 드러냈다. 1990년 4월 당시 국토교통부가 제주권 신국제공항 개발타당성 조사 계획을 발표한 이후 25년 만이다. 그동안 제주지역에서는 각계 인사들이 참여한 신공항건설 범도민추진협의회가 발족되는 등 신공항 건설을 제주도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로 추진해왔다.

제2공항 입지가 발표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은 당혹감과 기대감으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특히 수년 전부터 자연환경적으로 제주 서부지역인 대정읍 신도리 지역이 제2공항 후보지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온 터라 제주 동남부지역인 성산읍 신산·온평·난산리 주민들의 반응은 당혹 그 자체였다. 입지를 둘러싸고 주민들 간의 갈등 조짐도 보였다. 국토교통부는 제2공항 입지를 신산리라고 했으나 사실상 온평리 지역의 토지가 상당 부분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역을 맡은 한국항공대 산학협력단 컨소시엄은 제2공항 입지는 대부분 농지나 목장 지대로 사용하는 지역으로, 예상 이주가구 수는 70가구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토지비 부담이나 이주가구 규모에서 다른 지역에 견줘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10시 제주도청에서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조사 용역’ 최종보고회는 그런대로 차분한 가운데 진행됐다. 그러나 오후 2시 제2공항 입지로 발표된 지역인 성산읍사무소 설명회에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참석자들은 성산읍이장협의회를 비롯해 해당 지역 마을회, 새마을지도자, 노인회 등 비교적 사회적 발언들을 하지 않던 주민들이 참석했지만 거침없는 말들이 이어졌다. 이날 신산리 주민 현경숙(60)씨는 먼저 “제2공항에 군용기까지 들어오느냐”며 말문을 열었다. 이에 용역팀은 “민항기 전용 공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송종만(온평리)씨는 “발표는 (입지를) 신산리라고 했는데 온평리가 거의 들어간다. 온평리가 대부분 들어갔는데 왜 신산리를 입지라고 발표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동백(온평리)씨는 “온평리 땅값이 가장 싸기 때문에 온평리로 한 것이냐. 온평리가 제2공항 면적의 70~80%가 들어가는데 발표는 신산리라고 했다. 부동산 고시가격을 내려놓고 그것을 수용하려 하면 되느냐”고 따졌다. 이에 용역팀은 “과거 공항 후보지 이름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때 신산리가 있었다. 후보지가 많아 임시 이름을 붙였지만 공항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면 다시 논의될 것이다. 150만평 터에 있는 토지는 전부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온평리 주민은 “이착륙 주변 반경 1㎞ 이내는 재산상 불이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는 방안이 없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 공항 입지 발표가 너무 조급하다”고 비판했다. 강원보 신산리 개발위원은 “발표를 보고 놀랐다. 축복인지 재앙인지 모르겠다.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이 알아야 하는데 왜 숨겨서 하나. 깜짝쇼 하는 것이다. 이런 발표는 주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주민들도 저항할 권리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지사는 “입지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거론된 데가 있고, 투자로 인해 건설하고 싶어도 건설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어 발표 때까지는 보안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오늘 아침에야 입지가 신산·온평 지역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앞으로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예비타당성조사를 생략하거나 최대한 줄이고, 설계·시공 등을 최소한 6개월~1년을 앞당길 수 있다. 지역내에서 왈가왈부하는 것 때문에 지체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한 주민은 “최대한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 시간을 줄이는 데 효율을 둬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해당 지역과 인근 주민들의 당혹감과 기대감은 앞으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현용행 성산일출봉농협조합장은 “제주도가 생기고 나서 제일 큰 대박이 아닌가 생각한다. 입지선정 발표가 대박이면 긍정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송종만씨는 “성산에서 보면 대박일 것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땅 주인의 60~70%가 외지인이다. 그 사람들이 땅을 얼마 주고 샀는가. 피해를 보는 쪽은 온평리 주민”이라고 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