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마당
요즘 한 케이블방송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재밌다. 등장인물의 옷차림, 눈에 익은 소품을 보면서 “맞아, 저때 저랬어”라며 함께 보는 이들에게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다. 서울올림픽과 88꿈나무로 기억되는 88학번, 나는 이제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됐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속 등장하는 학생들보다 그들 부모의 대화에 더 공감하고, 때론 애잔한 맘조차 들곤 한다.
그때 교문 앞에는 최루탄이 난무하고 청바지에 곤봉을 든 백골단이 대학 안까지 진입하던 엄혹한 상황과 소련과 동북유럽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것을 동시에 목격했다. 그 간극을 극복하느라 한동안 고민했던 기억이 새롭다. 얼마 전 젊음과 꿈을 간직했던 그 캠퍼스를 다시 찾았다. 청주대학교 정상화를 위해 김윤배 청석학원 이사의 퇴진과 구속을 외치며 피켓을 들고 묵묵히 시위행렬을 따라 오르면서 잊고 살았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았다. 울창한 플라타너스를 그늘 삼아 문익환 목사와 백기완 선생의 강연을 들으며 가슴 뜨거웠던 그 시절이 어제인 듯한데 행렬을 뒤따르는 동문들의 머리는 이미 새치로 흰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어느덧 27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게 없다. 그 시절 우린 김윤배 이사의 아버지, 고 김준철 전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수천명과 길거리로 나와 시위를 했고, 그가 사는 집 앞까지 찾아가 집회를 했다. 시위에 참여하는 면면만 달랐지 외치는 구호는 그때와 똑같다. 대학 설립자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경영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대를 이어 대학을 농단하는 서글픈 현실을 좌시할 수 없어 동문들이 모였다. 설립자 아들에 이어 이젠 그의 손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 기막힌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문제가 있으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김윤배 이사는 13년 동안 총장으로 재직하며 적립금 수천억원을 쌓아놓고도 경영을 잘못해 청주대를 부실대학으로 만들었다. 재학생과 학내 구성원, 동문들에게 떠밀려 마지못해 총장 자리를 내놓더니 이젠 재단 이사로 ‘상왕’ 노릇을 하고 있다. 부실대학이란 오명을 쓴 대학을 바라보는 재학생과 동문은 참담하다.
대학을 개인의 재산인 양 대대손손 영화를 누리려는 엉큼한 속내에 더 화가 난다. 배임과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음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니 연민조차 사치스럽다. 재학생과 동문의 바람은 청주대가 중부권 전통 사학이라는 제 위상을 찾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윤배 이사의 사퇴와 관선이사 파견이 전제돼야 한다. 세대를 잇는 탐욕의 사슬을 끊고, 추억을 회상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모교를 방문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오창근 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국장
오창근 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국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16/53_17053980971276_2024011650343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2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76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80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