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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위안부 할머니 위로하는 ‘주민 참여극’

등록 2015-11-30 20:19수정 2015-11-30 20:19

주민참여극 '소녀들'에서 해남 지역의 여자 중학생 6명이 일제 강점기에 저질러졌던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증언하고 있다.   해남나비 제공
주민참여극 '소녀들'에서 해남 지역의 여자 중학생 6명이 일제 강점기에 저질러졌던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증언하고 있다. 해남나비 제공
전남 해남 95살 할머니 사연 토대
‘우리 여기 살아 있어요’ 오늘 무대에
“큰 상처 함께 치유하자는 생각”
시민단체 “12일 군청앞에 소녀상”
전남 해남의 주민들이 지역에 사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연극을 만들고 평화상을 세운다.

해남교육희망연대와 해남나비는 1일 저녁 6시30분 해남문화원 소공연장에서 1시간짜리 주민참여극 <소녀들: 우리 여기 살아 있어요>를 무대에 올린다.

이 연극은 해남에 사는 피해자 할머니(95)의 사연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작품 속 15살 선이는 일제 강점기에 비단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전쟁귀신의 꾐에 속아 어디론가 끌려간다. 선이는 중국 랴오닝성 하이청시와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등지 일본군 위안소에서 처참한 생활을 하다 목숨을 끊으려 약물을 먹기도 한다. 천신만고 끝에 해방을 맞은 선이는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이웃한테 손가락질을 당하는 이중의 아픔을 겪는다.

주민들은 지역의 인물을 소재로 대본을 쓰고, 연출과 연기, 소품까지 스스로 해결했다. 배우로는 무대 경험이 전혀 없는 20여명이 참여했다. 직업도 학생과 교사, 농부, 우체부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지난 두 달 동안 매주 일요일 저녁에 만나 서너시간씩 연습에 몰두했다. 특히 초등학생 2명, 중학생 6명, 고교생 3명 등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학생들은 관련 역사서를 읽거나, 전쟁박물관을 찾아가는 등 시대 배경을 공부하는 데도 열정을 쏟았다.

9년 전 해남으로 귀농한 예술감독 전병오(45)씨는 “대사들이 끔찍하고 무거워서 걱정했는데 학생들이 의외로 잘 받아들였다. 이웃의 아픔을 가슴으로 느끼고 실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는 신기하고 고마웠다”고 전했다. 김남주·고정희 시인의 시극을 만들었던 연출자 정수연(47)씨는 “이웃들이 2년여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피해자 할머니를 찾아뵙는 걸 봤다. 처음에는 무심했는데 어느 순간 ‘이게 우리한테 큰 상처구나. 함께 치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어 오는 12일 해남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연다. 시민단체들은 주민 모금을 통해 제작한 평화상을 해남군청 앞에 세우자고 제안한 뒤 군과 협의 중이다. 중심적 역할을 해온 해남나비는 2년 동안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평화시위가 열리는 시간에 피해자 할머니를 찾아가 보살펴왔다. 이명숙 해남나비 회장은 “할머니가 지난 2월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계신다. 주민들이 그분을 안아드리고, 일본한테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참여극 공연과 평화비 건립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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