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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싹트는 부산 ‘다행복학교’

등록 2015-12-01 21:55

부산형 혁신학교(다행복학교)인 부산 전포초등학교 학부모·교사·학생 대표들이 ‘전포한마당’ 기획회의를 열고 있다. 전포한마당은 지난 17일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열렸다.  전포초등학교 제공
부산형 혁신학교(다행복학교)인 부산 전포초등학교 학부모·교사·학생 대표들이 ‘전포한마당’ 기획회의를 열고 있다. 전포한마당은 지난 17일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열렸다. 전포초등학교 제공
혁신학교 1기 성과보고회 열려
학생들 “토론수업 해서 안 졸아”
학부모도 학교행정·행사 참여
교사들은 동아리서 수업 연구
여론조사서 “교육효과 뛰어나”
지난 17일 부산 부산진구 전포초등학교에서 학부모·교사·학생 등 600여명이 어울리는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체험·발표·전시·공연·대동놀이 등을 하는 ‘전포한마당’이 밤 9시까지 이어졌는데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손을 잡거나 어깨를 겯고 운동장을 뛰어놀았다. 학교 구성원들이 모처럼 하나가 되는 자리였다.

전포초는 ‘전포한마당’ 기획 단계부터 학부모와 학생 대표를 참여시켰다. 가정통지문을 보고 지원한 학부모 20여명과 교사 6명, 학생 5명 등 30여명으로 꾸려진 기획단은 네 차례 회의를 열어 프로그램을 확정했다.

학부모 전인선씨는 “학교가 결정하고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의견이 행사에 반영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아이들을 위해 기획회의에 참가했는데 행사를 마치고 나니 ‘내가 즐거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획회의에 참가한 6학년 고지은양은 “어른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70% 정도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힘이 들었지만 내 생각이 행사에 반영된 것 같아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오후 3시 부산 연산중학교 도서관에서 교사·학부모 등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부산형 혁신학교인 ‘다행복학교’ 1기 성과보고회가 열렸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학교가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즐겁게 다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전포초 등 10곳을 다행복학교로 처음 지정했다. 내년에는 11개 학교가 추가로 다행복학교에 합류한다.

1기 다행복학교는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고교 가운데 유일하게 다행복학교로 지정된 만덕고의 정찬규(3년)군은 “책상을 디귿자 모양으로 배치하는 수업이 늘어났다.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이 많았는데 디귿자형 토론식 수업을 할 때는 자는 학생이 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행복학교 학부모들은 취미·봉사동아리 50개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 학교 행정과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연산중 학부모들은 아침을 먹지 않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어 교문 앞에서 나눠주기도 했다.

교사들도 동아리 50개를 만들어 새로운 수업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김선자 전포초 교사는 “다행복학교의 시작은 교사다. 다행복학교 교사들이 교육목표를 세우거나 교칙을 만들고 창의적인 수업 방법을 연구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다행복학교가 일반학교에 견줘 교육 효과 등이 더 좋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부산교육정책연구소가 7월6~10일 부산 다행복학교 8곳과 일반학교 20곳의 교사·학생·학부모 5374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여 분석한 자료를 보면, 교사들은 10개 분야 가운데 교사 역량 강화, 특색있는 교육 과정, 수업 지원 체제, 교육자치 실현, 지역사회 협력 네트워크 등 5개 분야에서 다행복학교가 우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교사직무 만족도 등 나머지 5개 분야는 엇비슷했다.

다행복학교 학생들은 미래핵심역량, 수업공동체, 학교생활 만족도 등 3개 분야 모두에서 일반학교 학생들에 견줘 더 뛰어나거나 높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학부모들은 미래핵심역량, 수업공동체, 민주적 협의 문화, 교육자치 실현, 자녀 학교생활 만족도 등 5개 분야 모두에서 다행복학교가 더 좋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복학교가 뿌리내리기 위한 개선 방안도 제안됐다. 부산시교육청은 혁신학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교사들이 수업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 부담을 줄여주며, 예산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성병창 부산 다행복학교 추진위원장(부산교대 교수)은 “부산의 학교 변화를 일으킬 파도가 일어나고 있다. 변화 과정은 해빙, 이동, 재결빙의 단계로 이뤄지는데 부산 다행복학교는 해빙과 이동 단계에 있다. 해빙과 이동 단계는 3~5년이 걸리므로 갓 1년을 맞는 혁신학교에 과도한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혁신학교에 근무한다고 해서 인사고과를 반영하는 것도 아닌데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혁신학교 교사들에게 감사한다. 혁신학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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