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병 도서출판 보리 대표, 박건웅 화백,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오른쪽부터)이 지난달 30일 재출간한 <노근리 이야기> 2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제공
한국전쟁 초기 미군이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서 저지른 양민 학살을 그린 만화 <노근리 이야기 2부: 끝나지 않은 전쟁>(도서출판 보리)이 재출간됐다. 2010년 12월 도서출판 새만화책을 통해 출판된 데 이어 5년여 만에 다시 출간됐으며, 노근리 특별법 제정 과정 등을 새로 넣고 지문도 수정하는 등 증보판 형태로 다시 나왔다.
이 만화는 박건웅(43) 화백이 그렸다. 박 화백은 2006년 11월 <노근리 이야기 1부: 그 여름날의 기억>(새만화책)을 낸 지 8년 만인 지난해 9월 도서출판 보리를 통해 1부를 재출간했다. 박 화백은 빨치산 이야기를 담은 <꽃>, 제주 4·3항쟁을 다룬 <홍이 이야기>를 그렸으며, 김근태 전 의원의 고문을 기록한 <짐승의 시간>으로 지난해 부천만화대상을 받았다.
박 화백은 “노근리 사건은 미군이 한국전쟁 때 국내에서 일으킨 양민 학살 사건 가운데 유일하게 책임을 인정한 사건으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책이 미군 관련 다른 사건들의 진상 규명과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근리 이야기>는 고 정은용 전 노근리사건희생자유족회장과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 부자의 가족 연대기이기도 하다. 1부는 정 전 회장이 쓴 실화 소설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를 원작으로 했으며, 2부는 정 이사장이 쓴 <노근리는 살아있다>를 원작으로 했다.
1부가 1950년 7월25~29일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하가리 등에서 일어난 미군의 피란민 대량 학살과 그에 따른 피란, 이산 등의 아픔에 초점을 맞췄다면, 2부는 끈질긴 진상 규명의 역사를 담고 있다.
특히 이번에 재출간된 2부 증보판에는 노근리 특별법 제정과 희생자 심사, 노근리 평화공원 조성과 의미, 사진으로 보는 노근리 사건의 진실 규명과 인권을 위한 싸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저지른 민간인 살상 사건 상황도 등을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손목 관절을 다칠 정도로 1000쪽이 넘는 작품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준 박 화백께 감사하다. 만화라는 대중언어를 만난 노근리 사건이 청소년 등한테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근리 이야기>는 이탈리아어·프랑스어로 번역 출판됐으며,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평화박물관이 평화 교재로 쓰려고 번역을 추진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노근리 사건은 한국의 현대사지만 미국의 아픈 역사이기도 하다. 만화가 영어로도 번역돼 미국인들도 노근리의 인권 메시지를 공유했으면 좋겠다. 물론 세계가 함께 나누면 더욱 좋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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