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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교사월급 깎아 누리예산 편성이라니

등록 2015-12-07 22:18

현장에서
제주도의회는 전국 지방의회 가운데 유일하게 ‘교육의원’을 선출한다. 도의회에 ‘교육위원회’(교육위)가 상임위원회로 제도화되어 있다. 교육위 소속 9명 가운데 도의원 4명을 뺀 나머지 5명은 교육의원이다. 교육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면 정당에 가입하지 않아야 하고, 교육(교육행정 포함) 경력 5년 이상이라야 한다. 현재 도의회 교육의원들은 모두 초·중·고 교장을 역임했다. 누구보다 교육 현장을 잘 아는 교육전문가들이다.

그런데 최근 도의회 교육위가 내년도 도교육청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정규직 인건비’를 대폭 삭감하는 일이 벌어졌다. 교육위가 지난 2일 계수조정을 통해 삭감한 도교육청 예산안을 보면, 정규직 인건비 73억1010만원 등 모두 81억5800만원이다. 교육위는 삭감한 예산 가운데 76억3400만원을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살) 예산으로 편성해버렸다. 정규직 인건비는 교직원 임금 등에 사용돼야 할 법정 의무경비다.

교육위는 누리과정 예산의 혼란을 막고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불가피한 조정이었고, 정부와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질 것을 기대해 이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삭감한 정규직 인건비는 추경예산을 통해 확보하면 된다고 말했다.

앞서 도교육청은 지난달 9일 내년도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 624억원 가운데 교육감 소관인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166억원은 편성했지만, 시·도지사의 지도·감독을 받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 485억원은 편성하지 않았다. 이석문 교육감은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은 누리과정을 도외시한 것이 아니라 누리과정의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교육의원들이 인건비를 빼내 누리과정 예산으로 편성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대통령 공약사항인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을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명시해버렸기 때문이다. 교육재정이 열악한 도교육청으로서는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를 마냥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처지다. 도교육청은 올해도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 375억원을 지방채를 발행해 메운 상태다.

도교육청 쪽은 인건비 삭감에 대해 “충격적이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2개월분의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버리면 추경예산 등 앞으로도 계속 확보해야 한다. 올해도 지방채를 발행했는데 교육재정에 심각한 위기가 오고, 교육과정이 파행으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호준 기자
허호준 기자
전교조 제주지부는 “몇몇 교육의원들이 중심이 돼 정부의 입맛에 맞추고 도교육감과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교직원 임금은 고정경비로 교육의원들이 마음대로 손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교육위를 비판했다. 전교조는 8일 오전 도의회 정문 앞에서 교육의원을 규탄하는 1인시위에 들어가기로 했다. 교육 현실을 잘 아는 교육의원들이 인건비 삭감이 아닌 정부에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내는 게 타당하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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