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성노동자
여수경찰서서 광수대로 사건 인계
뒤늦게 압수수색…CCTV 확보못해
여성단체 “업주 증거인멸 기회 줘”
뒤늦게 압수수색…CCTV 확보못해
여성단체 “업주 증거인멸 기회 줘”
지난달 발생한 여수 유흥주점의 여종업원 뇌사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20일 넘게 진척이 없다. 당시 피해 여성이 업주한테 폭행을 당했고, 공무원과 경찰관 등이 이곳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제보가 있었지만 경찰의 조사는 더디기만 하다.
■ 폭행과 성매매 의혹 진상은?
사건은 지난달 20일 새벽 전남 여수시 학동의 ㅇ유흥주점에서 발생했다. 이날 0시43분 이 주점의 한 룸 안에서 종업원 강아무개(34)씨가 쓰러졌다. 강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순천을 거쳐 광주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강씨는 구토로 인해 입과 코에 음식물이 가득했고, 현재 호흡과 맥박도 없는 뇌사상태다.
여수경찰서는 22일 몸에 멍 자국이 있다는 가족들의 진정서를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순천 병원의 응급실 의사가 몸에 폭행 흔적이 없고, 토사물이 기도를 막아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보였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경찰이 찾아가자 주점의 종업원들도 “폭행은 없었고, 음식을 먹다가 일어난 사고”라고 진술했다. 심지어 폐회로텔레비전이 설치됐다는 사실마저 숨겼다.
그러나 동료 여종업원 9명은 24일 광주의 한 상담소를 찾아가 ‘여주인이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건 전날 밤 11시30분께부터 자정 이후까지 주점의 실소유주인 박아무개(42)씨가 다른 룸에서 강씨를 때리는 소리를 대기실에서 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씨가 다른 이의 명의를 빌려 ‘바지사장’을 둔 채 실제 운영을 총괄했고 강씨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을 폭행한 적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박씨가 고용을 할 때 선불금을 주고 차용증을 쓰게 한 뒤 성매매(2차)로 갚게 하고, 성매매 뒤 고객의 신상정보를 받아오지 못하면 1만원을 물리는 등 각종 벌금을 뜯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공무원, 경찰관, 소방관, 기자 등이 포함된 성매수자 45명의 명단과 직업, 성관계 일시·장소, 받은 금액, 전화번호, 신체 특징 등도 소상하게 작성했다.
■ 경찰 수사 왜 늦어졌나?
여성단체는 30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뇌사 사건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고, 지난 2일 전남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파문이 커지자 경찰은 2일 수사 주체를 여수경찰서에서 전남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바꾸었다. 이 과정에서 성매수자에 광역수사대 소속 경위 1명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공정성 시비가 불거졌다. 경찰은 이 경찰관을 수사에서 배제하고, 4일 주점을 압수수색했지만 폐회로텔레비전 녹화기록과 영업장부 등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주점 사장과 종업원들을 불러 조사했으나 진술이 엇갈려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 수사에서 주점 사장 등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문영상 전남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사건 발생 뒤 20일이 흘렀지만 초기 10여일 동안 경찰은 폭행 사건으로 인지하지 못했다. 여종업원의 진술을 들은 여성단체가 고소장을 내고서야 압수수색과 참고인 진술 등으로 실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쪽은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가 업주한테 증거를 인멸할 기회를 주었다”며 폭행 사건의 진상 규명과 성매수자 처벌을 촉구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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