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음란물 유포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가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변호인 “카카오는 폐쇄형 서비스로 개입땐 사생활 침해”
서비스업체 대표가 법적 책임져야하는지 두고 공방 치열
서비스업체 대표가 법적 책임져야하는지 두고 공방 치열
아동 음란물 유포 방치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이석우(50) 전 카카오 대표의 첫 공판이 15일 오전 10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렸다.
예상대로 이날 공판에서는 카카오그룹이나 네이버 밴드처럼 업체가 직접 내용을 모니터링 할 수 없는 폐쇄형 서비스에서 이런 음란물이 유통될 때 서비스 업체와 대표의 법적 책임을 어느 선까지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팽팽한 공방을 예고했다.
성남지원 형사 6단독 신원일 판사 심리로 이날 공판에서 이 전 대표 쪽은 무죄 취지로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대표의 변호인은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취할 사전적 기술 조치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형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카카오그룹처럼 폐쇄형 서비스의 경우 감청 위험이 있어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또 “양벌 규정을 적용해 대표까지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세부적인 기술적 부분까지 대표이사가 관여하지는 않는다. 특히 대표이사가 법을 위반할 의사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다음과 합병하기 전 카카오 대표로 재직했던 지난해 6월14일부터 8월12일까지 미성년자들이 모인 카카오그룹 서비스에서 음란물이 공유되는데도 음란물 전송 제한·삭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이 이런 혐의로 온라인 서비스 제공 업체의 대표를 기소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제17조 제1항과 시행령 제3조에 의거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로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나 필터링 기능 미도입 등 적절한 유포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재판에서 해당 법상 처벌 대상인 업체를 넘어 법인 대표까지 처벌 가능한지와 ‘음란물 발견 및 유포에 대한 적절한 조치’의 기준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 쪽은 다음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기술 담당자, 변호인 쪽은 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여성가족부 관계자, 인터넷협회 관계자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다음 공판은 1월22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앞서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회장으로 있고 200여개 인터넷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달 5일 “검찰의 이번 기소는 카카오라는 개별 회사의 문제가 아닌 국내 모든 인터넷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다, (이 전대표에 대한 검찰의 기소는) 자유로운 소통과 공유를 근본 철학으로 하는 인터넷 서비스의 위축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에 대해 명확한 기준도 없이 감시의 책임만 과도하게 강조하면 인터넷 서비스의 위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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