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그룹 우주스타 단원 등이 17일 오전 청주복합문화체험장에서 시노래극 ‘육거리에서 사랑을 찾는 다섯가지 방법’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청주복합문화체험장 제공
“거기, 육거리 시장에 가면 육인용 술탁이 딱 세 개만 있는 조그맣고 허름한 전 전문 술집이 있다. 여섯 방향에서 왔지만 너나없이….”
장문석 시인의 시 ‘육전반상’의 첫머리다. 100여년 전통의 육거리 시장은 지금도 점포 1200여곳, 새벽 노점상 500~600명 등 3000여명이 종사하는 지역 대표 시장이다. 시인은 청주 육거리 시장 안 허름한 전집에서 파는 파전·고추전·녹두전 등 여섯 가지 전과 시장 앞 육거리를 시에 절묘하게 버무렸고, 시는 청주를 상징하고 있다.
이처럼 충북의 시인들이 충북의 사람과 정경, 시대, 정취 등을 담아 지은 시가 노래로 만들어졌다. 노래가 된 시는 ‘사랑하는 것은’(이정숙), ‘민들레 그늘’·‘상당산성’·‘빗속을 간다’(류정환), ‘초저녁’·‘한 세상 사는 동안’(도종환), ‘무심천’(권희돈), ‘쉼표’(이원익) 등 충북 시인 13명이 쓴 16편이다. 이들은 자신의 시를 기꺼이 노래에 내놨다.
김강곤 충북복합문화체험장 음악감독과 권택중 신모듬 대표가 곡을 붙였다. 이들 시 노래는 포크, 록, 랩, 가곡, 국악 등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졌다. 김강곤 음악감독은 “시마다 독특한 운율을 지니고 있어 노래로 만드는 게 쉽지 않았지만 거의 원작대로 노래를 만들었다. 좋은 시를 많은 이들과 나누려는 뜻에서 다양한 장르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씨알누리 객원 연주자 김유식(기타)·송수아(해금), 음악그룹 우주스타의 정현수(기타)·박인수(건반), 신모듬 대표 권택중(기타) 등이 연주하고, 소리꾼 조애란, 성악가 김옥자, 우주스타 단원 류기행·박인수·박선요씨 등 지역의 내로라하는 음악인이 노래했으며, 이달 말께 음반으로도 선보일 참이다.
노래가 된 시는 ‘육거리에서 사랑을 찾는 다섯가지 방법’이란 이름으로 19일 오후 국립청주박물관 청명관 무대에도 오른다. 노래·연주뿐 아니라 공연도 곁들여진다. 육거리에서 만난 한 쌍의 남녀는 상당산성, 철당간, 안덕벌, 무심천, 수암골 등 다섯 공간을 배경으로 지난 사랑과 추억을 이야기한다. 올해 한 차례 공연한 뒤 다듬어 내년 상반기에도 한두 차례 더 공연할 계획이다.
공연을 기획한 김창곤씨는 “쉽고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육거리와 수암골 등 충북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인은 물론 음악인, 배우 등 예인들도 충북을 대표하는 가히 드림팀이다. 시·노래·공연 등 문화 종합선물세트를 시민들과 나누는 따뜻한 연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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