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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의회 새누리당, ‘금정굴 예산’만 표적 삭감

등록 2015-12-18 17:28

경기도 고양시의회 새누리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새해 고양시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원포인트 수정안을 만들어 ‘금정굴 관련 예산’만 표적 삭감해 야당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18일 고양시의회의 설명을 들어보면, 새누리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17일 오후 본회의에서 재표결 끝에 힘겹게 예결위를 통과한 금정굴 현장 토지매입 비용 3억4650만원을 삭감하는 원포인트 수정예산안을 만든 뒤, 항의하는 야당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단독처리했다. 다수당 의원들이 특정 예산 1건 만을 표적 삭감해 소수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수정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고양시의회 사상 처음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예결위 안에는 그동안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에 다툼이 있었던 역사적인 예산이 모두 담겨 있었다. 진보진영과 예결위 의원들이 보수진영의 숙원사업 예산들이 법적 문제가 있음에도 통과시킨 것은 역사화해와 화합을 위한 결단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런 진보진영의 결단을 무시하고 보수진영 예산의 불법성과 편파성에는 눈감고, 금정굴 예산만 도려내는 폭거를 저지른 것은 화해의 손을 내민 사람의 뺨을 때리고 뒤통수를 친 야비한 정치적 사기”라고 비난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어 “새누리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역사에 지울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으며, 국가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당하고 유해 안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원혼들과 유족들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추후 의회를 파탄 낸 정치적 책임을 강력히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시의회는 재향군인회 등 보훈단체의 운영비 지원이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보수진영의 주장대로 추후 법 개정을 조건으로 통과시켰다. 또 7억여원의 현충공원 전시관 건립 예산과, 조례에 근거도 없는 태극단 추모사업비 등을 본예산으로 편성해 지원하기로 했다.

새누리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금정굴 사업 예산을 삭감한 이유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지방자치단체 권고사항이 뚜렷한 마스터 플랜이 없는 점 △‘고양시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계류중인 점 △새누리당 동료 의원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이에 대해 고은정 고양시의회 새정치연합 대표 의원은 “6·25전쟁으로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분들에 대해 유족들이 원하는대로 유해만이라도 금정굴 현장에 안치하고자 하는 예산과, 본인이 막말을 해서 소송이 걸린 동료(김홍두) 의원을 결부시킨 것은 합리적 연관도 없을뿐더러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했다.

고양 금정굴은 1950년 10월 경찰과 우익단체 회원들이 부역 혐의를 씌워 재판 없이 최소 153명의 시민을 집단총살한 뒤 매장한 현장이다. 고양시와 시의회는 금정굴을 역사평화공원으로 가꾸도록 지원하는 조례안을 다섯 차례 발의했지만 새누리당과 보수단체 등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경숙 금정굴유족회장은 “금정굴 주변이 자꾸 무너져내려 현장 보존과 유해 안치를 위해 더 훼손되기 전에 토지(사유지)를 매입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안해줘 너무 실망스럽다. 유족들이 나이가 많아 죽기 전에 유해 안치하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데 안타깝고 야속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고양시의회는 지난해 6·4 지방선거 결과 새정치민주연합 15석, 새누리당 14석, 정의당 2석으로 야당이 3석 우위였지만, 새정치연합 소속 2명이 탈당해 새누리당과 손잡음으로써 여대야소 구도로 바뀌었다.

고양/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사진설명>

신기철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인권평화연구소장(왼쪽)과 마임순 고양금정굴유족회 고문이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현장인 경기도 고양시 금정굴에서 굴 주변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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