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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현대중 살인적인 ‘기성’ 삭감 중단을”

등록 2015-12-21 21:21

현대중 경기부진 내세워 절반 줄여
64개 하청업체, 경영난 탓 폐업·도산
자금압박에 목숨 끊은 업체 대표도
대책위 “기성 책정기준 공개” 요구
현대중공업의 폐업한 사내하청업체 대표들로 이뤄진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 대책위원회’는 21일 울산시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중공업이 부실경영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기성’의 정확한 책정 기준 공개를 요구했다.
현대중공업의 폐업한 사내하청업체 대표들로 이뤄진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 대책위원회’는 21일 울산시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중공업이 부실경영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기성’의 정확한 책정 기준 공개를 요구했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폐업한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대표들이 집단반발하고 나섰다. 한 사내업체 대표는 최근 자금 압박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현대중공업이 계속되는 경기부진에 따른 구조조정 등 긴축경영을 펴면서 사내하청업체에도 ‘고통 분담’ 명목으로 작업 단가인 ‘기성’을 절반 이하로 삭감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를 운영하다 폐업한 대표 21명으로 구성된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 대책위원회’는 21일 울산시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중공업이 살인적인 기성 삭감으로, 원청의 경영책임을 사내하청업체와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에 기성 단가 책정기준 공개를 요구했다.

‘기성’은 조선업체 하도급 대금의 일종으로, t당 작업 단가를 말한다. 투입된 인원과 작업시간 등을 계산해 원청이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돈이다.

대책위는 회견을 통해 “현대중공업은 2013년 이후 줄곧 일방적으로 기성을 삭감해왔고, 올해 들어선 인건비 산출 금액의 50% 정도만 지급해 하청업체 운영 자체를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했다. 대부분 업체가 세금과 4대 보험료를 미납하고 임금을 메우기 위해 개인 금융권 대출과 심지어 사채까지 끌어다 쓰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김종이 대책위 본부장은 “이렇게 하고도 결국 버티지 못하면 업체 대표는 개인 파산은 물론 체불임금업주로 낙인찍혀 범죄자로 내몰린다. 올해 들어서만 (전체 300여개 협력업체 가운데) 64개 업체가 폐업·도산했다. 지난해부터 협력업체 직원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더니 지난달부터는 업체 총무마저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김 본부장도 지난 7월말 폐업했다.

한 대책위 회원은 “2013년 11월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하도급 대금 청구소송을 냈다. 지난 6월 부산고법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현대중공업에 조정의사를 묻자 현대중공업은 ‘하청업체가 수백개나 돼 조정합의를 하게 되면 회사가 도산한다’는 핑계로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말이 하도급이지 하청업체는 작업에 대한 사전 정보나 공사 금액도 모른 채 원청의 작업지시를 받고, 월말에 일방적으로 책정한 기성을 강요받아왔다. 전체 인건비의 40~50%밖에 안 되는 기성을 주면서 일은 지난해와 똑같이 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다른 회원도 “휴일·야간근무·작업인원·공정방식까지 원청이 모든 업무공정을 관여하고 지시해, 하청업체 대표가 하는 일은 단순 인력 수급과 관리뿐이다. 그런데도 문제가 생기면 하청업체 사장이 책임져야 하고, 이제는 원청의 적자 경영책임까지 떠넘겨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하청업체와 그 노동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하청업체가 실제 투입한 노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전직 협력업체 대표는 “비슷한 인원과 작업시간으로 일을 끝냈는데 기성금을 받아보면 중구난방이다. 원청과 관련있는 특정 업체는 다른 업체보다 3배 이상 책정된 기성을 받기도 한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성 책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전직 사내하청업체 대표들은 “대책위를 중심으로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는 물론 법적 소송을 통해서라도 현대중공업의 (기성 책정과 관련한) 악질적인 횡포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오전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에서 선박 블록을 조립하는 부서의 사내하청업체를 운영하던 서아무개(63)씨가 자신의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씨는 최근 기성 삭감으로 인한 자금 압박의 어려움과 일부 임금 체불로 인한 직원들에 대한 죄책감 등을 유서에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16일 서씨의 업체를 비롯한 7개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정상적인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쪽은 “협력업체별로 근로자 기량이나 경영능력에 따라 처리물량이 달라 기성 금액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고, 작업인원과 기성은 무관하다. 경영난을 겪는 협력업체에는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개별 업체의 특수성에 따라 일괄 적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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