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작년 1곳서 올해 27곳
충북도 6곳…“2월 억지등교 관행 끝”
‘졸업식은 2월’ 통념 점점 깨져
충북도 6곳…“2월 억지등교 관행 끝”
‘졸업식은 2월’ 통념 점점 깨져
“졸업식은 2월? 우리 학교는 12월, 1월에 해요.”
강원 속초의 설악중학교는 30일 졸업식을 한다. 해마다 한 달 남짓한 겨울방학을 끝내고 2월 초께 개학해 1주일 정도 형식적인 수업을 하다 졸업식을 한 뒤 다시 봄방학을 하는 관행을 깼다. 올해 졸업식도 지난 2월13일 했다.
설악중학교는 ‘조기 졸업’이 2월 교육과정 파행을 막는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태호 설악중 교감은 “해마다 2월이면 수업 일수 때문에 억지로 학생을 불러내 영화나 보여주거나 기껏 책읽기나 시키는 나쁜 관행을 반복해왔다. 학부모·학생·교사가 고민 끝에 내부 논의를 거쳐 개교 이후 처음으로 조기 졸업을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졸업식은 2월’이라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일선 학교들이 졸업식을 위한 2월 ‘반짝 개학’ 뒤 파행적으로 이뤄지던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학생들에게 방학 동안 좀더 충실한 자기 개발의 시간을 주겠다는 취지다. 교육부도 지난해 ‘2월 등교 기간을 최소화하라’는 지침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낸 바 있다.
강원도교육청이 최근 강원 학교 642곳의 졸업식 일정을 파악했더니, 12월이나 1월에 졸업식을 하는 학교가 27곳(12월 9곳)이었다. 지난해 1곳에서 크게 늘었다.
강원지역 조기 졸업의 또다른 이유는 ‘폭설’이다. 강릉 등 동해안에는 지난해 2월6~15일 기상 관측 이래 최고인 110㎝의 적설량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이맘때 폭설이 이어졌다. 중3 학생을 둔 학부모 김진수(44)씨도 “빈 책가방 들고 왔다갔다하는 2월 등교와 졸업식 관행 때문에 어학연수와 가족 여행 등 나름대로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겐 피해 아닌 피해가 생길 수 있다. 학부모 입장에선 조기 졸업에 100% 찬성”이라고 말했다.
충북도 조기 졸업 대열에 가세했다. 다음달 충북 단양 가곡초·중(4일), 청주중(5일), 단양호텔관광고(15일), 음성 한일중(20일), 청주 양업고(29일) 등이 1월 졸업식을 할 예정이다. 임훈 단양 가곡초·중 교사는 “2월엔 등교 일자가 드문드문해 혼란스러운데다 학사일정 관리가 쉽지 않아 학부모·학생 등의 의견을 수렴해 조기 졸업 시행을 결정했다. 상급학교에 진학하려는 졸업생에게 준비 시간을 넉넉하게 주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박수혁 오윤주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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