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돼지 저금통 익명 기부
전북 전주에 올해도 어김없이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왔다. 2000년 처음 시작한 선행이 16년째인 올해도 이어진 것이다.
30일 오전 9시53분께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40~50대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다. 전화를 받은 직원 정아무개씨에게 이 남성은 “가로등 숲 안에 있으니 가져가시고, 어려운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써주세요”라고 말하고는 끊었다.
확인해보니 에이(A)4용지 상자(사진)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빨간색 돼지저금통 1개가 있었다. 5만원권 지폐 1000매, 동전 500원짜리 452개, 100원짜리 1100개, 50원짜리 54개, 10원짜리 111개 등 모두 5033만9810원이었다. 컴퓨터로 타이핑한 편지에는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써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올해까지 합하면 16년째 17차례(2002년 두 번)에 걸쳐 모두 4억4764만1560원을 기부했다.
박병국 노송동장은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이 익명 기부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09년 12월 노송동주민센터 화단에 ‘얼굴 없는 천사 비석’(사진)을 세웠다. 비석에는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씌여있다.
전주/박임근 기자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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