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충북 영동 빙벽장 개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예년 같으면 두터운 얼음으로 뒤덮였어야 할 영동 빙벽장이 30일 얼음이 거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동/연합뉴스
따뜻한 날씨가 겨울축제마저 녹이고 있다.
강원 홍천강 꽁꽁축제에 이어 ‘겨울축제의 원조 격’인 강원 인제빙어축제도 전격 취소됐다. 수도권 최대 겨울축제로 꼽히는 경기 가평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도 열지 않기로 하는 등 겨울축제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
인제군은 다음달 19~24일로 예정된 ‘17회 인제빙어축제’를 취소한다고 30일 밝혔다. 축제 주무대인 빙어호의 얼음 두께가 8㎝ 남짓이기 때문이다. 수천명이 한꺼번에 낚시를 즐기려면 얼음 두께가 20㎝ 이상은 돼야 한다.
지영일 인제군청 관광정책담당은 “10일 이상 강추위가 지속돼 얼음이 한방에 얼어야 하는데 얼다 녹다를 반복하다 보니 얼음판이 봄철 녹기 직전처럼 푸석푸석한 상태다. 관광객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취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해마다 7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던 축제가 취소되면서 빙어잡이로 겨울철 생계를 이어가던 내수면 어업인 60여명은 허탈하다. 김종태 인제군소양호어업계장은 “빙어축제 때 10여t의 빙어를 팔아 수입을 올렸는데 2년 연속 축제가 취소돼 생계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유례없는 가뭄 탓에 축제가 취소된 데 이어 이번엔 따뜻한 날씨에 발목이 잡혔다.
새해 첫날부터 한달간 열릴 예정인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도 올해는 만날 수 없다. 가평군 관계자는 “축제 하이라이트인 가평천 송어 얼음낚시터의 얼음 두께가 포근한 날씨로 3㎝밖에 얼지 않아 축제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2009년 시작된 이 축제는 2011년 구제역 여파로 한 차례 열리지 못했지만 날씨 때문에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북 영동군은 지역 명물인 인공 빙벽 개장을 무기 연기하기로 했다. 영동군은 2007년 4억원을 들여 용산면 율리 초강천변에 높이 40~100m 인공 얼음 벽면 4곳, 썰매장(3천㎡), 등산로(600m), 전망대 등을 갖춘 빙벽장을 조성해 해마다 전국의 관광객과 빙벽 등반가를 끌어모으고 있다.
군은 지난달 얼음 벽면을 이룰 산비탈 평탄 작업을 한 뒤 이달 초부터 초강천 물을 끌어올려 얼음벽 조성에 나섰지만 따뜻한 날씨에 얼음 두께가 3~4㎝ 정도에 머물러 다음달 2일 하려던 얼음벽 개장을 무기 연기하기로 했다. 다음달 23~24일로 예정된 8회 국제빙벽대회 개최도 불투명한 상태다.
손헌 영동군 문화체육관광과 주무관은 “날씨 때문에 얼음벽이 생성되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빙벽으로 2만~3만명 정도가 영동을 찾았는데 안타깝다. 지역 관광·홍보·경제 효과에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오윤주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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