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 10월1일 성남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배당’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는 내년 만 24살의 청년 1만1300여 명에게 연간 100만원씩을 지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쉽게 말해서 어머니가 아들에게 용돈 만원을 주는데 동네 깡패가 5천원을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정부의 반대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청년배당·무상 산후조리원 사업·무상교복’ 등 이른바 ‘성남시 3대 무상복지 사업’ 강행을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이, 이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는 박근혜 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어머니는 성남시, 용돈을 무상복지, 깡패는 정부를 지칭한 말이다.
이 시장은 4일 오전 11시30분 성남시청 3층 한누리실에서 연두 기자회견을 열어 “3대 무상복지정책은 올해부터 전면 시행한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재정 패널티(불이익)에 대비해 절반을 시행하고, 절반은 재판(권한쟁의심판) 결과에 따라 페널티에 충당하거나 수혜자에게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13억원 예산이 확보된 ‘청년배당’은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살 시민 약 1만1300명에게 분기별로 절반인 12만5000원씩 연 50만원을 우선 지급한다. 또 25억 원 예산이 확보된 ‘무상교복’은 중학교 신입생 약 8900명에게 책정된 지급액 28만5650원의 절반이 조금 넘는 15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산모의 건강검진비 6억원을 포함해, 56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무상 산후조리지원 사업’도 성남시 신생아 약 9000명에게 예정지원금 50만원의 절반인 25만원을 지급한다.
새해 성남시가 3대 무상복지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확보한 전체 예산의 절반만 우선 집행하는 것은, 보건복지부가 동의하지 않는 복지사업을 강행할 경우 그 예산 액수만큼 교부금을 지급하지 않겠다(재정 페널티)는 내용이 담긴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에 대비한 것이라고 이 시장은 설명했다.
그는 “(3대 무상복지 사업을 위해) 확보된 예산 194억원 가운데, 지급금 98억3500만원을 빼고 지급 유보된 95억6천5백만원은 정부를 상대로 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승소 시에는 수혜자에게, 패소 시에는 재정 패널티에 충당해 3대 복지사업 시행에 따른 성남시의 재정손실을 없애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시장의 이런 방침은 ‘시는 주민 복지향상을 위해 시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중앙 정부가 위법적 또는 초법적으로 지방자치의 복지행정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시가 헌재 권한쟁의 심판에서 패소할 경우에도 시민들 사이에서 강력한 대정부 여론 압박과 저항이 일어날 것이란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패소할 경우 시는 ‘절반 시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되고, 고스란히 복지 수혜자들의 불이익으로 돌아가고 이들의 원망은 중앙 정부로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 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성남시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부정부패, 예산낭비, 세금탈루를 막아 공공성을 확대하는 3+1 정책을 시행해 알뜰살림으로 자체 복지정책을 발굴·시행하고 있다.그런데, 중앙정부는 복지확대에 애 쓰기는커녕 복지공약 폐기에 이어, 복지축소에 나서더니 급기야 ‘복지증진’을 위한 사회보장기본법을 악용해 복지정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독자 복지사업 추진 시 재정 페널티 부과’라는 전대미문의 불법 시행령으로 복지포기를 강요하고 있다. 이번 과정을 통해 성남시는, 단체장과 의원이 주민 직선으로 선출돼 독자적인 집행체계를 갖춘 지방자치단체는 정부 산하기관이 아니라 헌법이 인정하는 독립된 자치정부임을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복지부는 무상교복 지원사업에 대해 지난해 11월30일 ‘불수용 및 재협의’를 통보했고, 같은해 9월24일 성남시가 협의를 요구한 청년배당 지원 사업도 지난달 10일 불수용했다. 또 ‘무상 산후조리지원 사업’도 지난해 6월22일 ‘불수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최근 공포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에는 ‘사회보장기본법상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시 협의 및 조정결과를 따르지 아니한 경우 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교부세를 통해 돈줄을 쥐고 징벌적 제재를 가해겠다는 것이 요지이다. 이에 성남시는 이 시행령과 이들 사업을 불수용한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지난달 17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권한쟁의심판이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의 누구에게 있는지 권한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지를 헌법재판소가 헌법해석을 통해 유권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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